최고의 악조건 속에서 최고의 가치 창출
최고의 악조건 속에서 최고의 가치 창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2.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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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고흥지점-

삼면이 바다에다 크고 작은 섬들이 즐비한 최악의 조건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스템 구축으로 최고의 성과 창출

전라남도 남쪽 끝. 한반도 내 작은 한반도로 불리는 고흥군. 이곳은 벌교에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의 한 지맥이 바다에 가라앉아 생긴 고흥반도와 유인도 38개, 무인도 122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곳은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되는 곳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쉽게도 두 차례에 걸친 실패로 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곳의 전력산업은 어떨까. 지리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결코 녹록치 않다. 삼면이 바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은 유일하게 북쪽으로만 열려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섬들이 즐비해 이곳의 전력공급도 만만찮다. 이뿐인가 해안을 따라 형성된 양식장의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적잖은 부담이다.

기자는 지난 8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으로 지난 2011년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한국전력공사 고흥지점(지점장 이성구· 노조지회장 김상길)의 한전맨들을 만났다.


고흥지점은 ‘Clean-Best, Safety-First, Service-Top’란 슬로건을 내걸고 불철주야(不撤晝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처음 만난 고흥지점 직원은 사무실이 아니라 한적한 시골의 국도변 전봇대에서다. 그는 전봇대에 매달려 까치집을 제거하고 있었다. 눈발이 날리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이 이곳의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 가슴이 짠했다.

그렇지만 고흥지점은 지리적 악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배경이 뭘까. 신구(新舊)조화를 이룬 조직과 사고의 근원을 한 발 앞서 제거, 꾸준히 준비했던 위기대응능력 등이 하나로 묶이면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 낸 것.

특히 지난 2011년 8월 21일 발생했던 헬기추락은 이 지역 최악의 정전사고로 손꼽힌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방재작업을 하던 민간헬기가 추락하면서 별교변전소에서 고흥변전소로 연결된 154kV 송전선로가 단전된 것. 고흥군에 전력공급이 끊겼다. 블랙아웃이다.

당시 고흥지점 40여명의 직원들은 사고발생과 동시에 준비한 매뉴얼대로 즉각 대응에 나선 결과 여수·보성·완도변전소에서 고흥변전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비상시스템을 가동시켰고 그 결과 7분 만에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차분히 복구를 시작했다.

특히 해안을 따라 형성된 양식장의 전력공급을 위해 전라북도와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등에서 비상발전기를 신속하게 동원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양식장 특성상 전력공급이 끊어질 경우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고흥지점에서 실시한 조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은 머리가 아닌 몸에 밴 사고관리대응의 습관이라고 한다. 평소 꾸준히 익혀온 모의훈련 등 위기대응능력을 제고한 덕분이라고 고흥지점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 결과 고흥지점은 지난 2011년 일시정전 무고장 우수사업소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영광을 얻기까지 모든 직원들의 노고가 녹아있지만 이 사람의 말은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고흥지점의 전력설비를 관리하는 김성찬 설비관리팀장.

김 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봇대에 올라가 까치집을 제거하고 하루에 같은 전봇대를 두 번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까치집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뜬금없이 “전선절도범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한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고흥군은 해안지대에 있어 염해(鹽害)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이 아닌 알루미늄 등을 첨가한 전선을 이용한다. 그래서 전선절도범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선도난이 예상되는 곳을 중심으로 전선도난 감지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흥지점 직원들은 우리 재산은 우리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돌아가며 잠복근무에 돌입,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고흥지점은 지난 2011년 5월 한차례 전선절도범을 검거한데 이어 지난 3일 고흥지점 직원이 전선절도 사실을 감지하고 경찰에 협조, 경찰과 함께 주변야산을 끈질기게 정밀 수색하던 중 용의자 서 모씨(43세)를 검거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고흥지점이 여러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헬기사고로 인한 피해복구 시 소방기관의 도움을 받았고 전선절도범 검거 시 경찰의 협조로 가능했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흥지점이 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4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작은 사업장이지만 이들은 봉사단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격주로 농어촌마을 19개 지역을 돌려 봉사활동을 펼치고 매월 한차례씩 노사가 공동으로 소록도병원과 한센병 환자촌 등을 방문해 밀착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업 고객지원팀장은 “우리 한전은 국민의 기업으로 단순히 전기를 판매한다는 생각보다 지역주민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지역주민의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이라는 생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자가 취재차 두 시간가량 민원실에 앉아있었지만 민원 차 방문한 지역주민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장제동 요금관리팀장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그는 “고객이 불편하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이어 장 팀장은 “우리 지점(고흥지점)은 민원이 발생하기 전에 수습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민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남는 시간을 활용해 관내 전력설비를 한번 더 살필 수 있어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고흥지점은 4396일 동안 단 한 번의 재해도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이다. 고흥지점은 매년 초 연간 안전관리추진계획을 수립해 매주 화요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조회를 실시하고 매월 4일을 설비안전점검의 날 지정, 노사합동 설비안전과 현장관리 활동, 일반인 전기안전 전방위 홍보활동, 산업안전보건활동 강조기간 운영 등을 통해 15배수(7385일)에 도전하고 있다.

유재식 전력공급팀장은 “전력설비공사 관계자들의 안전한 작업은 인명과 직결된 만큼 한 치도 소홀할 수 없다”면서 “공사현장을 일일이 점검하는 등 고흥지점 직원들의 노력으로 인해 고흥군 지역주민들이 콘센트만 꼽으면 어디서라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팀장은 “공사현장의 근로자들 시간에 맞추다보니 아침형 인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현장에 답이 있다”

이성구 한국전력공사 고흥지점 지점장

“안정적인 전력공급!            현장에 답이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현장에 답이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현장에 답이 있다”

 


“한전맨으로 30년 간 생활해 보니 모든 문제점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그 해결책 또한 현장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후배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이성구 한국전력공사 고흥지점 지점장은 기자와 약속한 인터뷰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걸어와도 되는데 왜 뛰어왔냐는 질문에 현장을 둘러보느라 다소 시간이 늦었고 기자도 한전의 고객이라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 것뿐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지점장은 최악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일궈낸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직원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라고 공로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인터뷰 후 들은 이야기지만 고흥지점 직원들은 지점장의 생활철학에 맞춘 것뿐이라고 한다.

이어 그는 “굳이 비결을 뽑으라면 평소 전문 인력과 신규 인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다양한 정보공유를 통한 조직운영이 가능했고 이에 덧붙여 한발 앞선 예방책과 위기대응능력 등이 우리 사업소를 1등 사업소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장은 “조직이 소통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인력도 낙오되고 마는 것”이라면서 “벌써 한전맨으로 30년 이상 근무했지만 내가 가진 노하우를 우리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선배로써의 도리가 아닐까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후배간의 소통은 전력설비를 보다 효율적이면서 가치 있게 관리할 수 있고 위기대응능력까지 배양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장은 사업장의 특성상 안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뜸 “먼저 우리 직원들이 안전해야만 그들이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고 더불어 우리 지역주민들의 안전까지 담보할 수 있다”고 안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비췄다.

이뿐만 아니라 이 지점장은 “시골의 작은 지점에서 1명의 승격자를 배출한 것은 더 없는 보람”이라면서 “후배들이 비록 시골의 작은 지점에 근무하지만 배움의 손을 놓지 않고 자기개발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작은 공간(독서실)을 마련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점장으로써 가장 애틋한 적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 지점장은 “전선절도범을 잡기 위해 야간잠복근무를 하는 직원과 폭설 등 악조건 속에서도 전봇대에 올라 까치집을 철거하는 직원들을 볼 때”라면서 “특히 잠복근무 후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 할 때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자 이 지점장은 그 동안 잘 따라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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