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은 9.15 대규모 정전사태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언론보도를 통해 연일 전력수급의 어려움을 보도. 또 지식경제부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서 절전을 호소하면서 그나마 선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전력피크는 사정이 조금 다를 것으로 관측됐다.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몇 년간 준공되는 대형 발전소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능력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올 하계피크나 내년 동계피크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관리가 제대로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길 경우 국민들은 9.15 정전사태 여파의 체감이 한층 떨어지고 언론의 포커스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하계피크를 앞두고 총선, 동계피크를 앞두고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수요관리를 호언장담(豪言壯談)할 수 없는 이유다.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상업운전에 돌입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발전설비를 증설할 수 없으니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고심 중이다. 그러나 수요관리 이외에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비상발전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상발전기는 일정규모이상의 빌딩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발전설비로 한전에서 발주한 ‘비상용 자가 발전기 보유고객 운영실태 조사용역’을 마무리 한 결과 2010년 기준 우리나라에 설치된 비상발전기는 2만6594대에 이르고 발전설비용량만도 1354만6000kW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 이 발전설비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전력계통의 안정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 분산전원의 형태로 활용될 수 있어 스마트그리드 도입 시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비상발전기는 전력피크 시 한시적으로 가동해 비상용 전원에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방식대로 한전에서 받아 사용함으로써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판단했다.
다만 비상발전기가 전력수급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제가 가능한 매뉴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측면까지 모두 따져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현황만 파악된 상태다.
전력거래소는 비상발전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최후의 보류로 염두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수요증가와 수요관리에 직면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이 상황이 전개됐을 때 비상발전기가 제대로 가동될지는 역시 미지수다. 아무런 준비 없이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기 때문이다.
9.15 대규모 정전사태 당시 수요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몇 년에 걸쳐 실제훈련도 하고 실제 계통에 적용도 해봤으나 막상 정전사태가 벌어지자 우왕좌왕(右往左往)만 했다. 체계적인 훈련과 준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이를 교훈 삼아 당장 비상발전기를 활용한다는 것과 관련 제약도 많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지금 당장 비상발전기가 아쉽지 않지만 추후 필요할 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 조금씩 준비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히든카드는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해당하는 예산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예산낭비라는 질타가 빗발칠 수 있겠으나 광역정전이란 재앙을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정부정책도 이것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광역정전, 단순히 관계자를 해임하거나 징계하는 수준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불이 꺼지면서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이를 복구하는데 적지 않은 시일도 소요된다.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다.
지금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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