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전기요금으로 공약 내걸지 말아야
<사설> 정치인, 전기요금으로 공약 내걸지 말아야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2.01.01 15: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도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최고의 과제 중 하나다.

최근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인해 수출증가세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도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총선과 대선도 치러진다.

그 결과 경제위기에 따른 물가안정이란 명목으로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은 다른 때보다 더 강력하게 전기요금 현실화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전의 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전력계통은 휘청거릴 수 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는 저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발생했던 부작용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 예비전력이 부족하고 전력수요예측이 엇나가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평가된 전기요금은 먼저 에너지구조를 왜곡시키는 역할을 했다. 공급능력이 부족했던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요관리가 목표대비 성과가 부실한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늘어난 만큼의 발전설비를 갖추지 못한 탓이 더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방용 전기제품의 보급이다. 따라서 최대전력수요가 최근 들어 하계보다는 동계에 경신되는 기이한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난방용으로 사용되던 1차 에너지인 도시가스와 등유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2차 에너지인 난방용 전기수요가 늘어났다. 소비자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인 전기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서둘러 집계에 나섰지만 보급된 전기용 난방기기의 현황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급작스런 전기용 난방기기의 증가는 전력계통의 악영향을 미치고서야 지경부 장관을 비롯해 장관까지 나서서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발전사업이 위기에 놓인 이유로 독일의 한 컨설턴트는 저평가된 전기요금은 화석연료에 대한 또 다른 지원이라고 단정한 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정부의 지원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저평가된 전기요금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보니 신재생에너지가 독립할 수 있는 시기는 자꾸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독일이 유럽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비교적 잘 추진된 이유 중 하나가 현실화된 전기요금이다.

다른 공공요금을 비롯해 물가가 오르더라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고 그래도 기름 값보다 전기요금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난방용 에너지의 인식변화는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보급된 난방용 전기제품의 수명이 남아 있어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다 저평가된 전기요금이 지속될 경우 난방용 전기제품의 보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저평가된 전기요금의 부작용은 그 동안 조금씩 고개를 내밀더니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에서 경종을 울렸고 우리는 지금 전력대란이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 서둘러야 한다. 특히 단순히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홍보를 통해 전기요금이 저평가돼 있고 현실화시킬 것이란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올해 선거에서는 전기요금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 아니던가. 국민들의 눈치에 흔들리지 말고 더 큰 그림을 봐야하지 않을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력대란이 발생하고서야 지경부 장관 등 책임자를 불러 호통치고 담당자를 징계하면 다 무슨 소용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