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의 미래를 이끌 소동력은
<칼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의 미래를 이끌 소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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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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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예고 없이 순환정전이 시행됐다. 전력 수요가 갑자기 증가해 최악의 상황인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였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전국적인 혼란이 발생하였다. 신호등이 멈춰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656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총 피해금액은 148억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더군다나 올해 겨울의 전력수급 상황은 역대 최악에 손꼽힐 정도로 좋지 않아서 기온이 한창 낮은 내년 1월 중순의 전력예비율은 1%도 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에너지 문제로 인한 국가적 비상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수급의 비상사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 르네상스에 들떠 있던 신규건설 붐이 주춤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불안하다. 또한 천재지변 하에서도 안전한 원자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원전 건설의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늘어가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화석 연료의 사용 확대는 다양한 환경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고 화석 에너지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따르고 있다. 최근 큰 혼란에 빠진 태양광 사업 시장도 이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 원자력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바탕으로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하여 추구해야 할 방향을 이제 재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에너지빈곤인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96%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978년 고리 1호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 30년 동안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났다. 현재 총 21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며 8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2009년 말 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4기 건설 운영 사업의 원전수주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그간 우리 원자력산업기술이 세계 선진국과 대등한 입지까지 발전하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이러한 발달된 설계기술로 안전성이 확연히 뛰어나고 다양한 용도를 지닌 차세대원전(VHTR, SFR)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담수용원자로인 SMART도 올해 DC(설계인증)를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중소형원자로의 개발과 상업화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2008년도의 IAEA 보고서에 따르면 54개 원전도입 예정국 중 20개국은 여건상 300MWe급 이하만 도입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물 부족현상과 전력 수요가 크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1,000MWe급 대형 원전보다는 안정성이 확보된 중소형 원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형 원자로의 경우 용도의 다양성과 더불어 다양한 지역에 건설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원자로 건설 부지 선택의 자유로움을 통한 발전소 위치의 다양화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표현하자면 ‘기존의 집중전원에서 분산전원으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과거 컴퓨터의 발전과 비교 할 때 초기의 대형 컴퓨터는 특정한 사용자에만 이용되었지만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또한 간편하게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물론 사고를 변화 시켰고 이와 같이 발전소 위치의 다양화 또한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에 분산전원으로서 소형원자로를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분산전원은 소형원자로, 가스터빈,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발전, 수력발전 등으로 구성 될 수 있다. 이러한 분산전원은 에너지 안정성, 절약, 온실가스 저감, 그리고 전력수급의 지역간 불균형 해소, 송배전설비에 드는 투자비절감 등 현 시스템의 많은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야 한다. 또한 많이 거론되고 있는 신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출력을 소형 원자력으로 해결해 보는 것도 향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그간 15년간 교육과학기술부가 개발해 온 SMART의 원천기술을 전수받아 기술이 입증된 경수냉각 모듈형 소형로(SMR)개발을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세계 원자력 선진국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NuScale, mPower, Hyperion, 4S, CAREM 등과 더불어 향후 2,5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IAEA 추정)에 한판 승부를 겨룰 카드를 마련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실용적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의 중복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외 건설, 차세대원전 개발, 방사성폐기물 사업, 핵융합로개발사업 등 산재한 사업들로 국내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 규정도 대폭 합리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소형원자로는 인구지역에 근접하게 설치될 가능성이 크므로 절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 또한 제고하면서 소형로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력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놀란 세계인들의 가슴을 잘 추슬러 원자력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소형로 개발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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