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필자 급우 어머니 중 꽤나 열성적인 크리스챤이 한 분 계셨다. 우리들이 놀러 가면 언제나 정성을 다해 영양가 높은 식사를 대접해 주곤 하셨다. 하지만 그녀도 연약한 인간이었던지라 때로는 말의 실수가 있었다. 적어도 10년 내에 말세가 올 것 같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수차례, 조심스럽게 어린 우리들에게 제시하곤 했던 것이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발병한 암으로 인해 그 후 정확히 10년이 되던 해에 사망하였다.

필자는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야간신학대학원을 수년간 다녔다. 상당수의 원우들이 주경야독하는 이들이라 다망한 삶은 기본이었다. 그 중 사회복지센터에서 청소년상담사역을 하는 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무척 슬퍼 보여 그 연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은 고백이 나왔다. 성폭행에 시달려 오던 한 여중생을 한동안 상담해 오던 그, 며칠 전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여학생을 억지로 떼어 놓고 학교에 왔는데 그사이 그 소녀가 고통을 못 이기고 자살해 버렸다는 것이다. 고통 받는 한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필자가 다녔던 신학대학원에는 여러 종류의 괴팍한 교수들이 적잖이 있었는데 그 중 수업에 지각하면 공개적으로 과도한 비난을 쏟아 붓는 이가 있었다. 어느 날, 필자는 출장을 갔다가 여느 때처럼 저녁도 못 먹고 지친 몸을 이끈 채 수업에 들어갔는데 결과는 지각이었다. 그러자, 담당교수는 입에 담기 힘든 공개비난을 한동안 쏟아 내었다. 그 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독선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왔던가. 얼마 지나지 아니 하여 그 교수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필자는 돌아가신 친구 어머니와 교수를 그나마 의로운 자라고 본다.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더 이상의 범죄를 강제적으로 막으신 것이다. 정말로 심각한 사실은 더 흉악한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버티고 있는 상당수 신학교 교수들과 목회자들이다. 폐암말기의 환자와 공황장애 환자에게 기도로 병을 고쳐주겠다며 각각 수억 원의 현금과 금품을 갈취한 전직목사 손모 씨 같은 이가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들에게 임할 하나님의 심판은 더 엄중할 것이니 이는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연약한 이들을 실족케 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는 좋지만 예수 믿는 사람들은 싫다. 예수를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간디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가. 오늘 날, 제대로 된 성직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한국교회가 이토록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교회 밖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 내연남에게 택시기사 남편 청부살인을 부탁한 여인,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공모하여 어머니에게 청산가리 막걸리를 먹여 살해한 부녀의 이야기 등 도처에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뉴스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라푼젤의 진짜 부모님은 한 나라의 왕이요 왕비였다. 라푼젤의 금발에 깃든 신비한 마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갓 태어난 라푼젤을 부모의 품에서 훔쳐낸 악한 여인은 라푼젤의 어미 행세를 하며 그녀를 위하는 척 온갖 사랑을 베풀었지만 이는 실상 교묘한 현혹에 불과하였다. 거짓 어미의 계책에 빠져 그녀가 자신을 위한다고 믿으며 일생을 좁은 성에 갇혀 사는 신세가 된 가엾은 라푼젤, 이러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유진이라는 남성은 그녀를 성에서 구출해 내려 하지만, 이를 막으려는 거짓 어미의 공격에 의해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You were my new dream
(너는 나의 새로운 꿈이었어 : 유진이 숨을 거두기 직전 라푼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말)

현혹과 거짓 사랑이 난무하는 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실한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은 상대를 위해 망설임 없이 생명을 바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한 번 뜨겁게 사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