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50일>
전력산업구조개편 찬반논란 ‘갈등증폭’
<9.15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50일>
전력산업구조개편 찬반논란 ‘갈등증폭’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1.11.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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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론자 “한전이란 배가 낡았다고 나룻배로 나눈 격”
찬성론자 “당나귀에게 무리한 짐을 지게 한 것이 문제”

 

[에너지타임즈 김지철 기자] 9.15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50여일. 순환정전에 따른 정전사태보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찬반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국회를 등에 업고 반대논리를 폈다. 이들은 전력계통 통합을 시작으로 2001년 이전 형태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지자들은 뒤늦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정책을 탓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은 이번 정전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소통부재 등을 문제 삼으며, 해법으로 전력거래소가 갖고 있던 전력계통 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10월 4일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해 통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중 김진표 의원(민주당)을 제외한 총 25명의 지식경제위원회 의원 중 24명이 이 법률개정(안)에 서명하면서 전력산업구조개편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모 언론의 인터뷰에서 “전력설비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산업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은 항상 유기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전이 모든 권한을 가질 경우 책임소재가 분명해져 지금과 같이 책임소재를 두고 다투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한전이란 배가 낡았다고 큰 배를 나룻배로 나누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건 보수해서 사용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한 전력산업구조개편 지지자들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정책 때문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지난달 13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 주제발표자로 나서 9.15정전사태는 일시적인 사고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지적하며, 특히 전력거래소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전력거래의 공정성을 무시한 발상으로 한전의 판매부문 분리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판매경쟁이 안 된 나라로 한전의 독점적 판매경쟁체제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판매경쟁을 통한 소비자 중심의 전력시장체제를 우선적으로 구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국내 전력시장에) 민간발전부문이 이미 10%이상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 계통분야 한전통합은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발상”이라면서 “이 논의는 한전 판매부문의 분리를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 신중린 건국대 교수는 “한전으로 전력계통기능을 통합하자는 주장은 당나귀 주인과 몰이꾼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고 무리하게 짐을 싣게 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국내 발전설비의 1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민간발전사업자를 대변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법률개정(안) 발의에 대해 “너무 급한 나머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결과”라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전력계통운영업무와 전력시장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9.15 정전사태를 이유로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계통운영자는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예측과 발전사업자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발전출력지시와 계획예방정비 수립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능이 한전으로 이관될 경우 민간 발전사업자는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의 위축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전력수급의 안정성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15 대규모 정전사태>

우리나라 전력산업 역사의 오점으로 남게 될 대규모 정전사태가 지난 9월 15일 15시경 발생했다.
당시 30℃를 웃도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냉방부하가 급증했고, 추석연휴를 보낸 근로자들이 공장 등 산업현장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전력수요가 폭주했다. 당일 오전 10시경 전력수요가 떨어져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났고 결국 예비전력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오후는 뒤늦게 찾아온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부하가 폭증, 예비전력이 제로에 가까워졌고 전력거래소는 순환정전이란 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졌다.
당시 전력거래소 임직원이나 전력업계 관계자들은 “그날은 이상하게 평소 나타났던 전력수요패턴과 너무 달라 당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인터뷰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전력계통 통합! 근본 해결책 아닌데…

수요예측실패가 가장 큰 실수
교통 문제가 아니라 통신 문제
늘어난 전력수요…원전이 대안
올 겨울 아무리 대비해도 위험

수요예측실패가 가장 큰 실수 교통 문제가 아니라 통신 문제 늘어난 전력수요…원전이 대안 올 겨울 아무리 대비해도 위험

 

수요예측실패가 가장 큰 실수 교통 문제가 아니라 통신 문제 늘어난 전력수요…원전이 대안 올 겨울 아무리 대비해도 위험

“전력계통 한전 통합은 당장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대안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9.15 대규모 정전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전력공급에 비해 전력수요가 과다하게 확대됐다는 점을 손꼽았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확대된 배경으로 저평가된 전기요금이 전력수요를 부추겼음을 꼬집어 냈다. 전기요금이 저평가되다보니 난방용 전기제품 등이 범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전사태 당시 전력기관의 잘못을 언급하며 “가장 큰 실수는 수요예측 실패다. 상당히 잘못됐다”면서 “또 사태를 키운 것은 소위 말하는 정보공유보고체계 등 위기대응과 조치시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이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해 통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과 관련 김 원장은 다소 밝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김 원장은 “(정전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후의 상황에 대한 비중을 둔 것 같다”면서 “(당연히) 모든 환경을 무시하고 (전력계통의) 신뢰도측면만 본다면 계통통합이 다소 도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데 있다. 생각해 볼 문제”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 문제는 전력계통의 신뢰도 문제인데 (전력)시장구조와 연계시키는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된 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전력계통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것은) 과도기적인 것이지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발 더 나아가 전력계통을 합치면 위기대응능력이 향상될 수 있느냐는 생각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김 원장은 “전력거래소가 한전 등에 수요관리를 요청할 때 (발생한 문제는)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의 문제”라면서 “따라서 전력계통의 통합이 원천적인 문제해결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정보공유보고체계와 관련 위기대응매뉴얼이 직무수칙을 준수했다면 정전사태가 촉발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보고체계가 미흡하고 정보교류가 안된다면 같은 문제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 원장은 국회의원들의 법률 개정(안) 발의에 대해 “(전력계통의) 신뢰도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 원장은 국민생활이 향상되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최근 급하게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게 문제라면서 난방수요가 부쩍 늘어나면서 수용범위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전력공급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원전을 손꼽으며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더라도 대용량발전전원으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전을 일정수준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올 동계전력수급과 관련 김 원장은 “아무리 대비를 잘해도 위험할 수 있다”고 심각성을 어필했다.

이어 그는 “이상한파가 발생하거나 대용량 발전전원이 고장 정지될 경우 이번 (정전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더 철저한 준비와 함께 수요관리자원을 최대한 관리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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