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전력거래소 통합, 객관적인 잣대 필요해
<사설> 한전·전력거래소 통합, 객관적인 잣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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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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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9.15 대규모 정전사태의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수장이던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김우겸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등도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물러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전력거래소와 한전 등의 임직원들의 중징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중 가장 서글픈 곳은 전력거래소가 아닐까 싶다.

지난달 26일 한전 등 전력그룹사를 피감기관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 강도는 무척 높았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무조건 고개를 조아리며 잘못을 시인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의원들의 집요한 질의에 하나둘 의문이 풀렸다.

가장 인상에 남는 질의는 검사 출신의 박민식 의원(한나라당). 박 의원은 위기상황에 무엇을 했냐면서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한전 부사장을 교대로 몰아세웠다. 또 그는 이들의 하루일과를 모두 들춰내면서 압박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점심식사 내역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전력거래소 임직원들의 자질을 운운하기도 했다.

이날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이 정전사태 관련 질의의 대부분은 질타였다. 정작 올 겨울 찾아올 전력난에 대해 언급하는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올 겨울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감이 끝난 주말 KBS 심야토론에 참석한 노영민 의원(민주당)은 전력거래소의 위축된 위상을 꼬집어 내며 한전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노 의원의 말을 정리해보면 전력거래소의 업무는 아주 중요한 일인데 한전 규모에 눌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다. 더 쉽게 말하면 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전력거래소가 맡고 있느냐다. 특히 노 의원은 전력거래소 임직원들도 그런 말을 한적 있다면서 근거를 제시했다. 아마도 그 말을 전한 직원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독립성을 키워달라는 뜻일 것으로 본다.

누구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은 당시 근무자일터. 나름대로 벌써 10년이란 세월동안 계통운영으로 실력을 키워왔던 저들인데 당신의 실력이 모자라, 한전에 위축돼서 실력이 없다는 말은 저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게 아닌가 싶다. 일종의 인심공격이 아닌가싶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청와대에는 서울대 출신만 가야한다는 주장과 뭐가 다를까. 일부 대기업에 지방대학교 출신은 안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를까.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통합문제는 이제 수면위로 떠올랐다. 통합이든 현 체제유지든 객관적인 잣대로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전사태 다음날 전력거래소를 방문한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당일의 수급상황을 살펴본 뒤 이 부분은 적절히 대처했고 이 부분은 그렇지 못했다며 질책했다고 한다. 잘한 일은 잘한 일이고 잘못된 일은 잘못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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