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력산업 초유의 비극, 9.15 정전사태를 돌아보며
<기고> 전력산업 초유의 비극, 9.15 정전사태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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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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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전국전력노동조합 대외협력실장-
지난 9월10일 저녁,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한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가 암흑으로 빠져 들었다. 이와 같은 시각 정전사태는 애리조나와 텍사스 등 인근 지역까지 확대됐다. 전력회사 직원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이번 사고로 911 테러 10주년을 앞두고 많은 미국인들을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뒤,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모든 언론이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이라고 부른 이 사건은 우선 표면적으로는 전력거래소의 수요예측 잘못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근원적인 원인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왔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시작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과거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산업의 각 기능은 전원계획 수립과 전력시장 및 계통망 운영은 전력거래소로 넘어 갔고 발전부문은 6개의 자회사로 분리됐다. 2004년도의 배전분할 중단 결정에 따라 더 이상의 구조개편은 추진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경쟁체제도 아니고 독점체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 유명한 2001년 초의 캘리포니아 사태와 2003년의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대란 등 전력산업 자유화와 민영화를 추진한 거의 모든 곳에서는 전기요금 폭등과 수급 불안정이라는 쌍둥이 효과가 나타났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추구하던 영국식 전력거래 모델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유럽의 노드풀과 미국의 PJM은 시장의 역사적 배경과 구조가 영국식 모델과는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자연독점이 가장 안정적인 전력산업이 분할되는 순간 여러 가지 문제가 터져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각 부문별 단절이라는 비극이다. 이번 9.15 정전사태에서도 계통망 운영주체인 전력거래소와 송전망 소유주체인 한전 사이의 단절의 벽이 너무 높았다. 물론 애당초 수요예측 실패로 수급불안정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같은 상황이 이 두 기능이 한전이라는 하나의 몸체 안에 있었더라면 강제공급중단이라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다. 그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이 전력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구조개편을 위한 법안 발의까지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전사태와 같은 비극을 피하는 길은 하나일 것이다. 분할로 인해 무너진 전력사업 내부의 유기적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이와 같은 전력대란은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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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희곤 2011-09-24 17:54:57
맞습니다. 다시 통합되어야 될 것입니다. 안정된 전력공급이 우선되어야할것입니다. 그동안 연구 검토된거 많을 것이니...중지를 모아 바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나간 10년을 잘 분석하여 좋은 교훈으로 삼기 바랍니다. 저도 평생 전력인으로 살아오면서도 이 분야의 전공은 아니지만...이부분의 전문가 되는 분들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분리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