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발보아
록키 발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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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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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영화 로키는 당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던 필자 또래들의 영혼에 열정을 심어줬다. 1982년 스탤론은 다시 한 번 람보로 등장해 근육질의 몸매를 뽐내며 모든 청소년들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하지만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입지는 한 후발주자에 의해 위협받게 된다. 미스터올림피아 8연패를 자랑하던 아놀드 스왈제네거가 코만도를 통하여 화려하게 등장하며 단숨에 분위기를 역전시켜 버린 것이다. 승자의 등장은 화려했지만, 패자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최근 필자는 모 프로그램을 통해 현역시절 이만기선수와 강호동씨의 경기를 지켜봤다. 19세 강호동 씨의 작열하는 카리스마와 파워 앞에서 모래판의 황제마저도 몇 몇 경기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훗날 이만기씨는 “강호동은 이미 유명씨름스타였던 자신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한 수 배우려고 했던 훌륭한 선수였다”며 칭찬했다. 황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강호동은 타고난 승부사임과 동시에 뛰어난 전략가였다.

격투황제로 칭해지며 승승가도를 달리던 표도르 또한 최근 3연패를 기록하며 퇴출위기에 놓였다. 핵펀치 타이슨도 과거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한창 시절, 어느 누가 이들의 몰락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마치 나가수에 처음 출연한 가수가 종종 일등을 거머쥐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상대는 지쳐있거나 방심하고 있는 반면 새로 등장한 신인은 충분한 준비와 더불어 꼭 이겨야겠다는 각오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챔피언에게 압도당하여 붙어보기도 전에 이미 기가 죽어버리는 등의 진입장벽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라면 후발주자의 입지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패자는 고개를 숙이고 승자는 기쁨에 표호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박수칠 때 정상에서 내려온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오랫동안 최고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패배가 언제나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1840년대 아편전쟁에 패해 순식간에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중국은 그 후 오랜 시간 칼을 갈며 도약의 기회를 엿봤다. 지금은 과거 자신을 짓밟았던 유럽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의 극복이다. 실패를 거름삼아 더 큰 성장을 이루어냈다면 그 사람의 자존심은 회복된 것이다. 이런 사람의 일생은 한가위의 달처럼 찬란하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만 반복될 뿐이다. 그 누구의 말처럼 이전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일을 후에 다시 하리니 해 아래는 새것이 없는 것이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가 올 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이들 모두는 잊혀져간다.

2007년 화려하게 재등장한 록키 발보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There ain't nothing over till it's over.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끝난 것이 아니야)

비록 잊혀질 때는 잊혀진데도 사는 동안은 내가 경기의 주인공이 되어 처절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도, 극복도 성공도 있다. 무대 위에서 환호만 하는 자들은 잃을 것도 없지만 얻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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