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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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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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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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수년 전, 필자는 어떤 미국대학의 MBA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 각국의 문화차이에 대한 케이스를 조사하는 수업이었는데 그 중 기억나는 한 사례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7명의 절친한 대학동창들이 졸업 후 각각 사회로 진출했는데 그 중 한 동창이 다른 동창을 기망하여 커다란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다른 동창들의 반응이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동정심을 품고 억울한 동창을 도우려 하는 반면, 다른 이는 외면하기도 하고 오히려 억울한 일을 당한 동창을 책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아가 억울한 동창을 다시 이용하려 하는 이도 생겨났다. 우리의 과제는 이 중 어떤 사람이 가장 나쁜가와 그 근거를 대는 것이었다.

많은 동양학생들이 발끈하여 동창에게 사기를 친 사람이나, 이를 돕지 않거나 더 마음 아프게 한 이들을 나쁘다고 한 반면 서양학생들은 속임을 당한 후에도 슬픔과 배신감에만 빠져 있는 피해자를 나쁘다고 지적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동서양의 넘을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언노운의 간단한 스토리는 이러하다. 베를린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교통사고 후 나흘간 혼수상태에 빠진 마틴 해리스 박사(리암 니슨 분)는 의식을 찾은 후 자신의 존재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대신 다른 낯선 남자가 자신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자신을 사살하려는 낯선 남자들까지 등장하며 해리스 박사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문제해결에 나선다.

본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첫 주 사흘간 2177만 달러에 달하는 흥행수입을 올려서 제작비의 절반이상을 회수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5위에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던 것일까? 그 원인을 위에서처럼 양국 간 문화의 차이에서 찾아보면 어떠할까?

어떠한 상황가운데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해리스박사의 활약상이 미국인들에게 흥미진진하게 크게 어필한 반면 한국인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는 무엇인가 2% 부족한 부분했던 것 같다.

여하튼,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쳐왔다면 낙망과 슬픔에 좌절하여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침착하고 면밀하게 대처하여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굴의 의지만 있다면 난공불락으로만 보였던 높고 견고한 성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네 인생 살아가면서 가해자도 나쁘지만 무능한 피해자는 더 나쁘다는 서양식 가치관에도 한번쯤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I didn't forget everything. I remember how to kill you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어. 너를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자신이 대학교수가 아닌 킬러였음을 기억해 낸 해리스박사가 자신을 살해하려하는 옛 동료에게 복수하며 하는 말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적자생존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능력배양이 절실히 필요하다. 모르거나 힘이 없으면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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