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에 지하수는 넘쳐나지 않았다”
“경주 방폐장에 지하수는 넘쳐나지 않았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1.08.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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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물관리공단, 각종 루머 등 안정성에 시달리다 전격 공개
이미 종합공정률 80% 돌파…개방된 사일로 공정률 절반 넘어
경주는 원전 메카답게 원전사업과 관련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

최근 발생했던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이 같은 갈등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 원전사업과 관련된 산재된 갈등요인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분위기는 폭풍전야(暴風前夜)다. 특히 경북도는 과학벨트 유치 실패에 따른 정치적 갈등과 맞물리면서 점입가경(漸入佳境).

경주 방폐장의 안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 지역의 갈등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 미비 등이 경주시민들을 자극하면서 건설 중단은 물론 방폐물 반입 가처분신청까지 접수됐다. 심지어 ‘경주 방폐장에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차 있다’‘수명복 없으면 작업도 못 한다’ 등의 루머가 지역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상황.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사업자인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루머를 잠재우는 동시에 안전성 확인이란 목적으로 그 동안 꼭꼭 닫아뒀던 건설현장을 전격 공개했다.

방폐물관리공단은 총 3차례에 걸쳐 개방행사를 마련했으며, 지난 23일 마지막 행사에 기자는 경주지역발전협의회·환경운동실천협의회 등과 동굴 깊숙한 역사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 첫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인 경주 방폐장. 주민투표를 거쳐 19년 만에 일궈낸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이 시설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 부지 214만139㎡ 면적에 한창 건설 중이다.

기자는 23일 동행취재에 나섰다. 경주시에 발을 들여놓자 신라시대 왕릉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월성원전이 가동되고 신월성원전이 건설 중인 동해로 행했다. 월성원자력환경감시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15시.

이에 앞서 경주 방폐장 건설현황에 대해 짚어보자. 1단계 사업으로 총 80만 드럼 중 10만 드럼에 해당하는 시설 건설. 총 사업비만 1조5338억 원에 달하며 동굴처분방식으로 추진된다.

지난 2005년 11월 3일. 주민투표를 거쳐 경북 경주시가 부지로 선정됐다. 이듬해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지정고시가 떨어졌고 2007년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과 경주 방폐장 건설·운영허가가 났다. 본격적인 건설공사는 지난 2008년 8월 1일.

미리 준비된 25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경주 방폐장 건설현장으로 일행과 함께 떠났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기자가 몇 년 전 일본 방폐장 시설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일본 방폐장을 보는 순간 ‘이게 다야’란 느낌을 받았다. 허허 벌판에 방폐물을 넣은 콘크리트 구조물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방폐장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 동굴처분방식이어서 관심이 끌렸다. 그리고 그 동안 꼭꼭 숨겨졌던 보물처럼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공사현장에 도착하자 두 개의 큰 동굴이 보였다. 마치 신라시대 왕릉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이는 동굴 중 좌측은 운영동굴이고, 우측은 건설동굴이라고 한다. 운영동굴은 앞으로 완공 후 방폐물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사용되며, 건설동굴은 건설기간 중 공사기자재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한 동굴이다.

경주 방폐장은 운영동굴(1415m)과 건설동굴(1950m)을 비롯해 하역동굴과 수직 출입구 등의 지하시설을 비롯해 방폐물 건물과 인수저장건물 등의 지상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일행은 운영동굴을 통해 사일로(Silo)에 접근했다. 이 동굴은 U자형 커브로 이어지며 아래쪽에 직선 형태로 곧게 뻗어 있다. 덜컹거리는 길은 조심스럽게 지나 10분. 마치 우리가 탄 미니버스는 방폐물의 이동경로와 유사하다.

미니버스는 방폐물을 적재하는 하역동굴을 지나 사일로에 도착했다. 사일로는 실질적으로 방폐물을 적재하는 곳으로 두께 1m이상이며, 높이 50m, 폭 25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사일로 1개는 1만6700드럼의 방폐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1단계 사업으로 총 6개의 사일로가 건설돼 방폐물 10만 드럼을 적재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일행은 6번 사일로에서 하차, 건설공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김대용 방폐물관리공단 토건팀 팀장에게 들었다.

김 팀장은 “6번 사일로 돔의 공정률이 50%를 넘어서는 건설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면서 “앞으로 철근콘크리트로 돔은 1.2∼1.8m, 바디부분은 1.2m 정도 두께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이 사업의 종합공정률이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지나온 운영동굴은 종결단계에 진입했고, 특히 동굴 굴착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사일로 건설공사 역시 암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 일행이 도착한 6번 사일로 돔의 공정률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철호 방폐물관리공단 실장은 “경주 방폐장에 적용된 기술은 선진국에서 20∼30년 이상 안전성이 입증됐다”면서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공법은 지난 1956년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터널 굴착공법 중 하나로 토질과 지반의 영향에 관계없이 건설공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실장은 “일본 훗카이도와 혼슈 간 해저터널공사와 대만 양수발전소, 분당선 중 선릉과 왕십리 구간 등이 모두 5등급 지반이지만 이 공법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방폐장 건설 프로젝트가 당초 지난해 준공예정이었으나 2012년 12월로 건설공기가 2년 정도 연장되면서 안전성 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 방폐물관리공단 측은 무관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번 건설공기 연장은 이 지역 화강암 일대 암질등급의 편차를 충분히 고려하고 시공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경주 방폐장 안전성과는 무관한 이슈이므로 안심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날 동굴을 둘러본 우리 일행은 ‘암질이 좋지 않아 건설공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부지선정이 잘못된 건 아닐까’‘공사현장에 지하수가 넘쳐난다는데 정말일까’ 등 한 가지씩 의문을 갖고 나선 길이지만 돌아올 때는 다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상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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