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에 있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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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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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인 주 이르쿠츠크 총영사

공관(주이르쿠츠크총영사관) 개설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던 2009년 12월 중순, 관할지역인 사하공화국(야쿠티야)의 수도 야쿠츠크를 방문하였다. 야쿠츠크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공관이 소재하는 이르쿠츠크도 12~1월 중에는 야간 온도가 영하 40도 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추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떠났으나 막상 야쿠츠크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느끼는 추위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에 들어오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런 곳에 도시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도착 당일 사하 외무장관과의 만찬을 시작으로 방문 일정을 시작하였다. 이런 혹한에서 어떻게 겨울을 지내느냐고 묻자 외무장관은 며칠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하면서 사하 사람들은 사냥이나 얼음낚시 등을 하며 겨울을 즐긴다고 하였다.

다음 날부터 주정부 주요 인사를 면담하고 석유·가스회사 등 에너지 관련업체를 방문하여 우리와의 협력증진 방안을 협의하였다. 사하공화국의 정부와 기업체 인사들이 경제협력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이곳에 진출해 있는 LG상사가 그간 믿을만한 협력 파트너로 신뢰를 구축한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사하친선협회 회원들의 활동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하공화국의 면적은 308만㎢로 남한의 약 30배에 달하며 러시아의 주 단위 행정구역 중에서 가장 넓고 인구는 100만에 불과하다. 지리적으로는 시베리아로 분류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연해주, 하바롭스크주 등과 함께 극동연방관구에 속한다.

사하공하국은 무엇보다도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연간 25톤의 금이 생산되고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그 무진장한 자원으로 인해 ‘태초에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원을 뿌리고 다니던 중 야쿠티야에 이르러 너무 추운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자원을 모두 놓아버리는 바람에 자원의 보고가 되었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극심한 추위 등 자연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개발이 늦어졌으나 사하공화국정부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2020년까지 철도, 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원유·가스의 생산 증대, 송유관 및 가스관 건설 등 에너지 분야를 중점 개발할 계획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 관계자는 외부인들이 시베리아 특히 야쿠티야에 대해 영구동토, 순록, 곰, 유배지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며 사람이 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이 문제라고 한다. 그 안타까워하는 심정에 공감하며 사하공화국정부 차원에서 투자설명회 등 야쿠티야를 소개하는 행사를 서울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우리 공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였다.

사하공화국정부는 2009년 10월 인천 세계도시축제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여 다이아몬드전시회를 개최하고 민속무용을 선보였다. 금년 4월에는 보리소프 사하공화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우리 정부와 KOTRA의 지원 하에 서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사하공화국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설명회가 우리 기업인들에게 사하를 이해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러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기업 가운데는 LG상사가 앞장서 사하공화국에 진출하였다. LG상사는 탄광 개발에 참여하여 석탄을 수입하였으며 추가적인 에너지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분야 협력을 위해 작년 2월과 금년 4월 각각 사하의 가스기업 및 정부 측과 MOU를 체결하였다.

지난 4월 사하공화국의 투자설명회 개최 이후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사하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하공화국정부는 경제협력 대상으로 한국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앞으로 사하공화국이 에너지 자원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중요한 협력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한한 자원과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활동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북방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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