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아프리카, 가볍게 봐선 안 돼”
“기회의 땅 아프리카, 가볍게 봐선 안 돼”
  • 김부민 기자
  • kbm02@energytimes.kr
  • 승인 2011.07.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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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차이 이해 필수
‘인간관계’ 형성 중요
[인터뷰] - 정해정 MK인터내셔널 대표

아프리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풍부한 에너지자원과 새로운 시장개척에 대한 각국의 기대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미 아프리카 대륙의 가능성을 보고 활발한 경제협력과 자원외교를 벌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정부를 비롯해 민간 기업들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 부족으로 별다른 성과 없이 되돌아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 1981년에 처음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후 30여년간 교류를 지속해오고 있는 정해정 MK인터내셔널 대표는 아프리카 공략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면 우선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프리카 고유의 특수성과 문화를 이해해야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미국 MBA 유학시절 동기 중 한명이 나이지리아 출신이었다. 그는 국비유학생이었음에도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잘 곳이 없었다. 타지에서의 고생스런 삶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에게 돈을 받지 않고 작은 방 하나를 내어줬다. 3년간 함께 지내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나이지리아로 돌아간 뒤 곧바로 상무부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나를 기억하고 저녁식사에 초대해 나이지리아를 찾았던 것이 아프리카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때 나는 마침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고 그에게 아프리카에서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후 아프리카 전역을 돌아다니며 중·소형 산업의 엔지니어링과 플랜트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경험을 쌓다보니 아프리카와 관련해 UN과 세계은행에서 주최하는 국제회의와 세미나, 포럼 등에 꾸준히 참여 요청을 받았다.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니 반응이 좋았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사업 초기 현지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늦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초기에는 홍콩과 대만 사업가들이 가장 큰 라이벌이었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같은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의 교역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대만은 문호를 일찍 개방해 아프리카 진출이 빨랐다.

또 현지에서 2~3대에 걸쳐 오랜 기간 네트워크를 구성해온 레바논과 인도의 사업가들과도 마찰이 심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바닥시장(암시장)을 모두 장악해 타국의 사업가들에게 텃새가 심한 편이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서, 일본은 1983년부터 아프리카 진출을 본격화 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처음으로 한국 주도의 아프리카 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 진출한 부문에서도 추가로 진출하려는 적극성이 부족했다. 즉 후진세력이 전무했다. 과거에는 공무원들조차 아프리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들어 에너지·자원 등 중요성이 부각되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을 평가한다면.

▲에너지·자원이나 국제적 이슈가 있어 UN의 의결권이 아쉬울 때만 아프리카를 찾고 있다. 단기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

민간 사업자들의 꾸준한 진출도 요구된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도 아프리카는 미개척지라는 인식 하에 적당히 공략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실패 후 현지인들에게 속았다고 하지만 사업가들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사업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것뿐이다.

현재 MK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21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1년에 1/3은 아프리카게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여전히 현지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했는데.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까지 아프리카 방문은 총 3번 밖에 안 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에만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일곱 번이나 직접 방문했다. 우리나라도 국무총리나 관련 장관급들이 자주 찾아야 하고 실무자들도 잦은 방문으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번 이 대통령 방문 때처럼 한 번에 다 같이 몰려가 말뿐인 공약을 해서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

또 이번 방문 때 상생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 했는데 일주일 동안 1~2개 국가만 짧게 들리는 모습이 아프리카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걱정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구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한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54개국이 너무 광범위 하다면 최소한 동·서·남·북·중앙의 5개 지역으로라도 나눠서 각 지역별 특성(언어, 관습, 기후, 보유자원, 사업형태)에 맞는 진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 아프리카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GDP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아시아 몇몇 국가보다 월등한 국가도 많다. 습관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과 G20에 포함되는 등 외면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행동이나 처신은 아직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진출의지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진출하려고 해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기초적인 정보나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아프리카를 표심이나 얻을 수 있는 주변국(서포터)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프리카 관련 정책도 변한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이 마치 가장 훌륭하고 앞서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정책과 문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효과적인 아프리카 공략방법은.

▲중앙아프리카 지역이다. 항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꺼려한다. 항구와의 거리는 1000~1500km 정도로 얼마든지 공략이 가능하다. 이런 곳에 진출해야 한다.

동북부에서는 수단, 중앙아프리카는 카메룬, 서부는 말리, 남부에서는 모잠비크와 짐바브웨 정도다. 특히 짐바브웨는 자원이 많고 나라도 크다. 모니터링 하고 있다 기회가 생기면 바로 진출해야 한다.

중국이 진출해 있는 앙골라도 아직 개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 눈여겨봐야한다. 북부의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의 경우 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로 사하라 이남의 블랙아프리카를 공략해야 한다.

아프리카 전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업화와 교통, 해운, 항공 등 수송부문 개발에 참여해야한다. 교육과 의료 부문도 취약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인재 양성이다. 실업·기술교육 등을 제공해 추후 한국과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친한파를 육성,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

에너지·자원 부문에서는 유럽국가들이 일찍부터 선점했지만 아직 미개척 지역도 많다. 전통적으로 각 지역의 지도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감춰진 자원에 대한 꾸준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부 후진국들에는 자원 매장여부조차 파악되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런 것들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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