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인식과 패턴이 변해야 한다
소비자 인식과 패턴이 변해야 한다
  • 황보준 기자
  • times@energytimes.kr
  • 승인 2011.07.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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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대책, 공급보다 수요관리정책의 접근이 우선 
요금인상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 비용도 함께 고려돼야

올 여름철도 정부는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비상대책반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을 위한 대책반이 될 가능성이 많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전년대비 7% 증가한 7477만kW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예비전력도 420만kW에 머물러 예비율 5.6%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간 최소 수치다. 더욱이 최근 기상청이 올 여름철 날씨가 평년기온보다 다소 높은 전망을 내놓아 냉방기기의 사용이 늘어날 경우 예비전력 400만kW가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대형 발전설비의 고장이나 이상 등으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전력대란은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력대란의 위험성 원인을 전력공급보다 수요에서 찾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난 10년간 최대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가 예상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0년 간 최대전력수요를 보면 2001년 4312만kW(예비율 12.9%)에서 2010년 6988만kW(6.4%) 등으로 해마다 급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력소비의 급등은 여름과 겨울 등 계절적 현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전력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력소비는 전년대비 10.1%가 증가했다. 올해 1분기도 전년 동기대비 11%나 늘었다. OECD국가는 물론 개도국에서도 보기 힘든 증가율이다. 수요관리 전문가는 “전력 피크가 문제이기 하지만 전반적인 전력소비 증가를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에 의한 수요관리 합리적이고 효율적
 
#1. 30평대 아파트에 초등학생 두 명의 자녀를 두고 네 식구가 생활하는 노원구 중계동의 한 가정집.  “필요 없는 전등은 끄고 절약할 수 있는 만큼 아낀다고 생각하는데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 이유를 모르겠다.” 주부 A씨는 매달 25만원 가까이 나오는 전기요금에 불만이다. 실제로 화장실은 물론 주방, 안방 등은 사람이 없는 경우 거의 끄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집에는 냉장고가 3대, 연수기, 비데, 공기정화기 이외에도 항상 콘센트에 꽂혀 있는 가전기기만 15개가 넘는다.
국책 연구원 A 박사는 “전력수요의 급증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가정용 전력수요의 증가와 3차 산업 급성장에 따른 일반용 전력수요의 증가로 특징지어질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요금이 전기의 과수요를 불러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요관리의 가격기능, 즉 전기요금에 의한 수요관리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요관리 방법으로 소비자가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전기사용 패턴을 자발적으로 조절하는 간접방식의 수요관리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단순한 원가보전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수요관리의 중요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전기사용 제품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전기소비를 줄일 수 있는 영역은 많으나 사용자들의 인식과 소비패턴이 고착화돼 굳이 찾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가정에서 콘센트에 꽂혀 있는 것들만 정리해도 전기소비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비용이 늘어나면 소비자가 그 만큼 아끼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전기요금 올라도 소비자 패턴 쉽게 안 변해”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은 평상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외국과 비교할 때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요관리정책이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올 여름 안정적인 전력수급 대책으로 전압 조정을 통해 133만㎾를 추가로 확보하고, 한전이 약정한 수요기업의 부하를 직접 제어해 295만㎾의 전력을 보충할 방침이다. 또 전력피크기에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여름휴가를 시행하도록 유도해 50만㎾ 이상의 전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수요관리 한 전문가는 “국내 수요관리정책은 해외에서도 보고 배울 정도로 잘 관리하고 정책적으로 우수하다. 전력소비 급증은 수요관리정책의 잘못이기 보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패턴의 문제다”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한 교수는 “전력소비의 패턴이 1∼2년 사이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수 년 동안 소비자들이 전력소비에 따른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소비 선택 시 편리하고 값싼 전력을 선택해 온 것이 누적돼 최근 전력소비 급등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예를 들면 과거 에어컨을 켤 때면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 가동을 정말 더울 때만 켰지만 최근에는 여름철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습관처럼 켜 놓는 곳이 대부분이다”며 “그동안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풀어놓은 것도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편리성과 그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따졌을 때 비교우위가 편리성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편리함에 따른 비용 지불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런 소비행태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기후변화 대응비용 부담 국민들이 인식해야

국책연구원 B박사는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당장 전기요금이 올라도 쉽게 그 전기기기를 바꾸겠는가”라며 “지금부터라도 전력소비자들의 패턴을 변화시켜야 몇 년 후에 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소비자들의 인식과 패턴의 변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 중 또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 비용 문제다. 국내 전력산업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책에 따른 전력산업의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비용이 에너지비용(전기요금)에 반영되면 소비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기업과 가계의 합리적 전력 소비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이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인 적용은 만만치 않다.    
지경부는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 실시를 포함해 산업용 등 용도별 전기요금을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물가 상황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미뤘다.
이 같은 선택에 대해 정부의 물가에 대한 부담을 이해하지만, 요금 인상을 누적된 적자 해소, 원가보상 등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관리, 기후변화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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