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족 사태, 우려가 현실로
전력부족 사태, 우려가 현실로
  • 황보준 기자
  • times@energytimes.kr
  • 승인 2011.07.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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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겨울철 최대전력수요 경신, 전력대란 고민해야

편집자 주 : 최근 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름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지난해 하절기에 전력피크가 정점을 찍으며 전력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또한 지난 겨울철에도 한파로 최대전력수요를 경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 전기요금의 비현실화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왜곡된 에너지소비구조로 인한 여러 가지 국가적 손실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소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특집을 게재한다.

전력부족 사태, 우려가 현실로
매년 여름·겨울철 최대전력수요 경신, 전력대란 고민해야
싼 전기요금으로 냉난방기 무차별 보급, 사용시간도 증가

지난 20일 정부는 ‘2011년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해 각 발전사 사장, 전력거래소 이사장 등 유관기관장과 소비자 단체 등이 함께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름철의 안정적인 전력수요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열리는 일종의 연례적인 자리로 볼 수 있지만 그런 자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참석자들의 얼굴이 심각했다. 그만큼 올 여름철 전력공급이 비상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전력부족 현상이 이번 여름 한철로 끝나지 않는데 있다. 지난  겨울에도 한파로 사상유래가 없는 겨울철 전력공급 비상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몇 년 사이 여름과 겨울철의 전력소비는 ‘급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력소비패턴의 변화는 무분별한 계절적 전기제품의 사용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전기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수요관리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제 전력부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과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 전기먹는 하마 냉방기, 무분별한 보급 
지난 20일 점심시간. 몇 년 사이 오피스 건물들이 꽉 들어찬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내에 있는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A건물은 현관 입구 천장에서 전기구동 히트펌프(EHP)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과거와 같이 냉난방을 위해 중앙집중식 보일러나 에어컨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최근에는 냉난방을 위해 사무실 대부분 냉난방 겸용 EHP를 설치했다. 천장에 붙이는 EHP가 외관상, 편리함 등으로 보편화돼 이제 여름철 전용 에어컨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A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담당자의 설명이다. 신축 건물 입주시 인테리어를 해주는 업체들도 당연히 EHP를 기본으로 추천하고 설치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건물 어디에도 난방기 연통이나 에어컨 실외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내린 오후 3시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9.5%증가한 6687만2000kW를 기록했다. 더욱이 올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6∼8월 최대전력수요는 전년대비 7% 증가한 7477만kW로 사상 최고 전력수요는 당연히 경신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름철 전력소비의 주요인은 역시 전기 냉방장치에 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EHP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HP가 2005년 6만7000대에서 최근 40만3000대까지 보급된 수치는 전력소비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상업과  산업용 전기는 일반용보다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EHP의 보급도 상업과 산업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냉방기의 보급 뿐 아니라 사용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전력소비량을 증가시키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에어컨을 켰다가 끄는 것을 반복했지만 요즘은 냉방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하루 종일 켜 놓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겨울철 전력수급 대란은 더욱 심각
서울 근교 화훼단지가 밀집한 성남시 시흥동. 여름철이라 대부분 비닐하우스는 문이 열려 있었다.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나. 식물들이 얼어 죽을까봐 연신 난방을 했는데도 냉해 피해를 입었다. 화초 팔아서 난방비로 다 썼다.” 해외에서 어린 화초를 수입해 키워서 판매하는 B무역회사 관계자는 지난 겨울을 생각하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비닐하우스 난방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름 값이 올라가니 어쩔 수 없이 보일러를 연탄보일러와 전기난방기기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다른 화훼 업체들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난방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여름철 냉방은 당연히 전기로 하고 있다.
지난 겨울은 유래가 없는 한파가 잇따르면서 전력수요도 4차례나 최대전력수요가 경신됐다. 지난 2월 17일 최대전력수요가 7314만k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예비전력도 비상수준인 400만kW에 근접하기도 했었다.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은 역시 전기난방제품이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난방을 위해서 등유나 가스를 사용하던 기기를 전기제품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의 상승은 더욱 이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겨울철 한파가 상시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겨울철 난방전력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책연구소 한 전문가는 “여름철 전력수요관리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기업과 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들이 있으나 겨울철은 직접 관리가 힘든 일반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겨울철 전력수급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싼 전기요금, 소비자는 부담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력사용량이 급증한 배경에 싼 국내 전기요금을 든다.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냉난방 제품은 값싸면서도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선호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난 2004년 대비 난방용 LNG와 등유가격은 45%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13% 인상에 그쳤다. 동기 대비 전기수요는 49%나 늘어났고 LNG수요는 28% 증가했으며 등유는 오히려 55%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에너지소비 패턴이 1차 에너지인 LNG와 등유에서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바뀌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전기제품의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수요관리 한 전문가는 “앞으로 몇 년 내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전기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도 못할 정도로 싸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의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에너지비용과 향후 소비패턴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오히려 적절한 전기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박사는 “정부가 전력요금을 원가수준으로 올려 원가회수율 100%를 적용할 경우 이에 따른 에너지비용 절감액은 산업부문 1349억원, 가정부문 1169억원 등 모두 251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요관리 전문 C교수는 “싼 전기요금은 소비자들의 행위를 왜곡시켰다”며 “이제 전력부족 사태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현실로 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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