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경제를 살리는 길
기후변화는 경제를 살리는 길
  • 김만기 기자
  • kimmk@energytimes.kr
  • 승인 2008.07.25 23: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를 만나다

강제적 온실가스감축부담은 잘못된 오해
이제는 시장비용이 아니라 생태비용이 기준 돼야
에너지->기후변화->경제성장 선순환해야 생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교토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대립도 더욱 팽팽하다.

선진국은 개도국도 의무부담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개도국은 선진국이 역사적인 책임을 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하지만 논의는 여전히 몇 년전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겉만 도는 모습이다. 좀 앞서 얘기하면 국제 사회의 정보를 국내에서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는, 혹은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해 도출된 이상한 결론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다. 정 대사는 G8확대정상회의 이후 선진국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본지는 최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대사를 외교통상부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Q.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이 관건인데.

A. (그는 이 질문은 전제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리나라가 오는 2012년 이후 의무감축부담국으로 분류되고 이에 선진국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게 돼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부담을 주는 등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견해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이렇게 떠들고 있는 사람들도 잘 몰라는 하는 얘기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의무부담은 각 나라가 능력에 맞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다. 감축수준이 선진국 수준이라서 문제라는데 따지고 보면 (의무감축)규모와 정의는 우리가 정하는 것으로 주권적인 문제다. 우리의 역량에 맞게 우리가 정해서 하는 자발적 감축이다. 일반적인 얘기처럼 감축량이 정해지면 그대로 해야 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 온실가스 감축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이산화탄소의 감축 양을 정하는 것에 강요하지도 강요받지도 않아야 된다. 무조건 해야 된다라는 생각은 가장 큰 오해다.


Q. 그럼 한국은 어떠한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게 되나.

A. 앞서 말한 전제가 달라지면 의무라는 목표치의 성격도 달라진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등 큰 변동이 없다. 따라서 목표량의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들은 예측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과 같은 기준연도 대비 절대량 감축과 같은 강제적이고 구속적인 방법은적용될 수 없다. 즉 우리나라만의 방식으로 정상적인 경제성장(BAU)대비 상대적 감축량을 설정해야 한다.

절대량 감축은 잘하는 것이고 상대량 감축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이고 착각이다. BAU대비 20% 감축하는 것과 유럽이 목표량 20% 감축하는 것이나 똑 같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유럽과 일본은 목표치만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가정을 통해 감축량을 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가정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목표치가 정해진다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국제사회도 기술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각 국가별로 상황에 맞는 유연한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는 절대량을 감축해야 하고 상대량을 감축하면 안 된다는 세뇌를 당한 것 같다.


Q. 자발적이라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이 국내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나.

A. 물론 국가적 목표지를 정하면 각 분야에서 목표를 정하고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부담으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아니라 저탄소사회로의 구조적인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방식인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마켓(시장)비용효율성으로 삼지 않고 생태비용효율성으로 해야 한다(생태비용효율성은 정 대사가 제기하는 용어라고 한다). 이 기준으로 경제, 산업을 측정해 바꿔나가야 한다.

그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비용만을 따져왔다. 실례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단순히 휘발유 가격(시장비용)만을 지불하고 기후변화 가격부담을 하지 않는 운행을 했다. 즉 이제는 생태비용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값싼 석유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낮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 당연히 생태계도 취약해졌다.

또 고유가에 익숙하지 않는 경제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와 기후, 경제성장 세 가지가 악순환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화석연료사용을 줄이면 기후변화가 줄어든다. 경제 체질도 이에 맞게 대응하게 돼 고유가에도 강화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와 기후, 경제성장 세 가지가 선순환 모형이다.


Q.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간격이 커 보이는데.

A. 협상장에서도 실제로 논의된 것은 없고 자신들의 입장만 설명하는 식이다. 또 중국의 경우 미국에 GDP에 0.5%를 요구하는 등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나의 해결책으로(정 대사가 제안했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크레딧을 더 높이 주는 방법이 있다.(신재생에너지나 HFCs감축사업 등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하는 만큼 크레딧을 현재의 100배 혹은 더 많이 주자는 의견) 문제는 크레딧을 누가 사느냐인데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선진국에서 지금보다 더 큰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트교토에서는 이같은 방법을 동원해 (개도국에)인센티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개도국들이 참여하고 동참한다. 그러나 내년에도 양측의 합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들도 이 방안에 동조하고 있으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감축을 입증하고 증명해야 하는데 제3자가 와서 시찰을 해야하는 부분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개도국은 이점을 좋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정도도 해야줘야 한다.

또 의무감축국이 될 경우 선진국은 개도국에 자금을 투자하고 기술력을 제공해야하는데 선진국도 자금을 쉽게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매년 최소 약 30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월드뱅크는 6000억달러까지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이 정부 예산으로 몇 천억 달러를 내놓기는 사실상 힘들다. 이런 이유로 만족할만한 견해의 도출이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6월초 이와 관련된 크레딧을 주는 방안을 G8 확대정상회의에 제안했고 앞으로 CDM사업을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될 것 같다. 이렇게 될 경우 신재생에너지사업의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쉽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등 상황이 좋아지게 될 것이다.


Q. 탄소경제시대에 새로운 시장영역의 국내상황은.

A. 국내 신재생에너지를 다 합치면 전체 에너지의 2.24%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에 비해 사실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생태비용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신재생에너지가 발전될 것이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시장비용이 맞지 않아 상업성이 없는데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크레딧(CERs)을 높여 줘야한다.

HFCs(수소불화탄소) 배출감소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크레딧이 높아 로또와 같은 기업이 돼야 한다. 풍력발전사업과 태양광발전사업 등도 크레딧을 100배 또는 그 이상 주면 자금은 그 쪽으로 자연스럽게 몰리게 돼 있다. 이에 정부가 태양광과 태양열, 풍력 쪽에 대폭지원확대방안을 마련,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초창기 대폭적인 예산을 지원하고 한전의 발전사들에 의무비율할당제(RPS)의 의무규율을 확대해야 한다.


Q.우리의 대응자세에 대해 평가한다면

A. 현재 무엇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대통령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표명했고, 관련 산업을 대폭 육성해 늘려야 하고 정부도 하겠다는 충분한 의지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부분에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문제가 있으며 에너지 수요관리 또한 중요하다. 수요관리를 위해 자동차 크기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소비행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교통혼잡비용으로 국방부 예산보다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내버린다면 경제성장에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교통체제로 고속도로 위주라 자동차를 타고 가야하지만 일본은 철도 네트워크가 발달해 훨씬 효율적이다.

이는 시장비용으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생태효율성이란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된다. 혼잡통행료를 부여해 수요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국민들이 받아줘야 한다. 정부에서도 세제개혁을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아니라 세수의 조정이 필요하다. 가령 국민들의 부가가치세가 10%라면 5%로 낮춘 다음 에너지가격을 올리고, 산업계에는 법인세 등 다른 세율을 인하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절약을 위한 수요관리에 투자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잘 받아주지 않고 아직은 책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면이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Q. 시민들과 산업계에 당부하는 말은.

A.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점에 있다. 기후변화는 간단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고 새로운 문명의 도래로 받아 들여야 하고 이점을 잘 파악해서 빨리 적응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파도를 탈 것인가 가라않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수영을 배우고 서핑보드를 만드는 등 자신이 노력을 해야하는 것처럼 새로운 물결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 모든 것을 신재생에너지로 할 수도 없고 궁극적으로 저탄소사회로 가는 게 제일 좋다. 고유가는 저탄소사회로 가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서민 경제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저탄소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서민경제의 부담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기후변화는 결국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과 같다.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해봐야 에너지 값도 안나오는데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고 “의무부담 큰일났다”, “경제에 부담 간다, 망한다”가 아니라 기후변화하면 경제가 살고 기후변화 안하면 경제가 죽는다는 메시지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는 1977년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 미국 죠지타운대 석사를 마치고 1990년대부터 외교부에서 환경과장과 환경과학담당 심의관, 국제경제국장, OECD 참사관 등을 지내면서 20년 가까이 기후변화 문제에만 매달려왔다. 최근까지는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ESCAP)사무국 환경국장으로 활동하다 정부가 지난 5월 신설한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에 임명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