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와 리튬
볼리비아와 리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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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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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락 주 볼리비아 대사-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시작되는 해발 4천 미터 고원평야(알티 플라노)의 비  포장길을 버스를 타고 밤새 달리다 보면 여명과 함께 순백의 별천지를 만나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백색의 소금밭,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이 시리도록 하얀 지평선만 눈에 들어와 마치 신비의 우주 한가운데 놓여진 느낌이다. 경기도 크기만 한 우유니 소금호수는 건기에는 거북이 등껍질 무늬의 소금평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우기에는 소금층 위로 10~20Cm의 물이 고여, 하늘의 구름이 그대로 수면에 반영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유니 소금밭 밑에는 ‘살무에라’라고 불리 우는 염수로 채워져 있는데 특히, 리오그란데라는 지역의 염수 1리터에는 리튬 1.5g, 칼륨 22g, 마그네슘 25g, 붕소 1.5g이 포함되어 있다. 이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리튬이다. 우유니 염수에는 전 세계 리튬부존량의 1/3에 해당하는 540만톤의 리튬이 침전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 리튬시장규모가 년 3만톤을 넘지 않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가히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탄산리튬은 은백색의 연질금속으로 모든 금속 중 가장 가볍고 단위 체적 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작에 최적의 재료로 꼽힌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리튬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풍력, 수력, 태양광,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리튬배터리에 저장하여 자동차를 구동시킬 경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 배출을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전지의 용도는 전기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트북, 휴대전화 등 IT기기 전원공급은 물론, 풍력발전 등으로 생산된 청정에너지를 저장하여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로 이용되는 등 응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리튬자원보유국으로서 볼리비아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볼리비아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볼리비아를 자원협력 중점대상국으로 지정하고 1998년 IMF 위기로 폐쇄했던 공관을 10년만인 2008년에 재 개설하였다. 최근에는 볼리비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우리 취재팀이 우유니를 빈번히 방문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잊혀진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자원에 관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이다. 16세기 남미대륙을 정복한 스페인은 우유니가 속해 있는 포토시의 쎄로리꼬라는 은광에서 원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엄청난 양의 은을 생산하였으며 이를  본국으로 가져갔다. 자원수탈의 역사를 경험한 볼리비아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우유니 소금호수 개발에 있어서도 이러한 민족주의 성향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의 생산은 독자적으로 하고 생산된 리튬을 가지고 리튬배터리를 만드는 산업화 단계에서만 외국과 협력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리튬개발에 외국의 참여할 여지가 좁아진 셈이다. 

현재 볼리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리튬생산은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여 염수를 자연증발시켜 농축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일정수준 이상 농축된 염수에 석회를 투입, 마그네슘(Mg) 제거하여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리튬회수율(30~40%)이 낮고 산업폐기물이 발생된다. 우리나라는 탄산리튬제조기술단(KORES,  KIGAM, RIST)을 구성하고 우유니 염수를 국내로 반입하여 탄산리튬의 순도와 회수율을 높이는 신기술을 개발하였다.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리튬생산방법을 볼리비아 당국에 제시함으로서 리튬생산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는 리튬개발 총책임자 에차수 전 광업장관은 한국의 리튬생산 및 배터리제작 기술의 우수성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여 우리나라와의 협력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이상득 자원협력특사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상득 의원은 고지의 위험을 무릅쓰고 3차례나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대사관저에서 있었던 모랄레스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는 자정이 넘도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였으며, 곧이어 수교 이래 최초의 볼리비아 대통령의 방한이 이루어 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도 배수진을 치고 있다. 우리는 기술력과 상호 윈-윈하는 성실한 협력파트너의 자세로 대 볼리비아 자원협력 외교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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