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시민
모범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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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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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는 그동안 연재해 온 ‘신병철의 생생중국어’를 종료하고 ‘스크린 영어’ 코너를 마련했다.
‘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인류 영원불멸의 베스트셀러, 성경의 마가복음 5장엔 혈루증 걸린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을 오랜 세월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병마에서 벗어나고자 수많은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오히려 병은 더 심해져만 갔다. 결국, 치료비로 전 재산을 날려버린 그녀에게 남은 것은 깊은 실망과 병든 몸뿐 이었다.

300의 제라드 버틀러가 흉악한 강도 살해범들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은 가장으로 출연하는 영화 ‘모범시민’에는 제이미 폭스가 자신의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살인마와도 기꺼이 협상을 마다하지 않는 속물검사역을 맡아 열연하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온가족이 살해당하는 처참한 불행을 겪은 클라이드는 검사나 판사가 정의의 사도가 되어 서릿발처럼 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달랐다. 검사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 살인마와 협상을 하고 판사는 매너리즘에 빠져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남은 것은 터질 듯한 억울함에 몸부림치는 클라이드뿐이다.

혈루증 여인과 클라이드의 공통점은 마땅히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소년시절 혈루증 걸린 여인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저 병이 깊어 당시의 의술로 치료받지 못하였으려니 생각했다. 세상의 풍파를 조금은 겪어본 지금, 당시 부패했던 의사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신문 등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경·검찰, 사법부의 부당한 업무처리로 인해 억울한 사람들의 상처가 더욱 더 후벼 파여지는 일들이 발생함을 알게 된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한평생 선량하게만 살다가 억울한 일을 당해 용기를 내어 법에 호소할 때 만나는 이들이 승진을 위한 업무실적에 매여 있는 법관이나 돈벌이에 급급한 담당자들이라면 그것은 두 번 죽는 일이다. 그래서 간혹 힘과 돈을 가진 이들이 잘못하고도 큰 소리 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위해, 애통하고 눈물 흘리는 자들과 함께 가슴아파하고 함께 흐느끼고자 몸부림치는 판사, 변호사, 검사, 경찰 들이 더욱 많아질 때, 그래서 우리사회에 서릿발처럼 엄정한 법적기강이 제대로 집행될 때 선량한 우리 사회 모범시민들의 지친 얼굴에도 비로소 아름다운 미소가 방긋 피어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이 사회에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네이버카페 피죤 카페지기의 격려는 아직도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모범시민을 관람하면서 필자는 과연 나의 직무에서 공명정대하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반면교사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범시민은 원문으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그것은 Law abiding citizen, 즉 준법시민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래는 부당 검사 제이미 폭스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는 클라이드에게 살해범과 협상할 것을 제안하며 하는 말이다.

“It’s not what you know, it’s what you can prove in court”.
“관건은 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법정에서 어떻게 증명해 보이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송법상 재판에서는 사실의 인정을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증명해 내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정당함을 하늘이 알고 땅도 알고 있을지라도 법정에서 인정받는 것은 오직 증거뿐이다.

본 영화는 2009년 작품으로서 미국의 잘못된 사법제도를 꼬집고 있는 사회비평영화이다. 원래는 제이미 폭스가 가족을 잃은 클라이드역을, 제라드 버틀러가 부당검사역을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제이미 폭스의 요청을 제라드 버틀러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둘의 캐스팅이 바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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