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유 가격표시 완화, 소비자는 뒷전
<사설> 주유 가격표시 완화, 소비자는 뒷전
  • 장효진 기자
  • js62@energytimes.kr
  • 승인 2011.05.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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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주유소들의 기름 판매가격 표시 오용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던 정부가 최근 이를 번복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 기름 값이 묘하다”다고 언급한데 이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유사들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4대 정유사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름 값을 한시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기름 값은 여전히 비싸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안좋은 여론마저 형성됐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주유소 가격표시 완화 조치는 이런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일종의 자위책이라는 비평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석유업계는 특정 정유사의 뒤 봐주기식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경부는 올해 초 주유소 가격표시판 고시를 개정해 실제 판매가격을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이를 뒤집어 각 지자체와 석유사업자에게 기름 값 인하기간인 7월6일까지 3개월 동안 주유소 가격표시판의 예외적인 운용을 허용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공문에는 가격표시판에 할인가격을 정상가보다 크게 또한 상위에 표시할 수 있고, 가격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소비자가 받는 혜택의 가시성을 높이는 표시방법 선택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기존 가격표시판 외에 할인유종 및 할인가격만 따로 표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동식 표시판 설치도 허용했다.

특히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가격(카드결제 시 현금반환 또는 포인트적립 포함)을 표시해 정확한 가격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이라고 명시해 특정 정유사를 배려한 조치로 비춰지고 있다.

왜냐면 기름 값 인하에 나선 정유 4사 중 한 곳만 주유소 카드결제가격 인하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석유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분별하게 표기되고 있는 주유소 가격표시판을 바로잡고자 지난 1월 정상가격만을 표기토록 관련제도를 개정했는데, 특정 정유사 때문에 이를 예전으로 돌려놨다고 성토하고 있다.

업계의 반발도 그렇지만 죄 없는 소비자들이 겪을 혼란은 점차 가중될 것으로 보여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유소사업자들이 최대 할인이 가능한 가격을 정상가보다 잘 보이도록 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실판매가격으로 오인할 수 있다.

카드결제가격 인하가 아닌 다른 방식을 도입한 정유사의 주유 브랜드들도 손님 끌기를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표시판을 고치게 되면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또 다시 기름 값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게 되고 정부는 나서서 이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국민의 정서를 돌리는 시대는 지났다.

생색내기 위한 땜질식 행정보다는 당초 취지대로 기름 값 인하가 서민 물가안정에 보탬이 되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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