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하 틈타 정유사가 주유소 목줄 죄고 있다”
“가격인하 틈타 정유사가 주유소 목줄 죄고 있다”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5.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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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장
공급가격 실제로는 최대 30원만 인하
인하혜택 없는 무폴 큰 타격, 상생정신 필요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지난 4일 한국주유소협회 게시판에 ‘진짜 괘씸하네 100원 인하 하지마쇼’라는 불만글이 올라왔다. 요지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들이 50원밖에 인하하지 않았다는 것.

주유소들이 욕을 먹고 있다. 정유업계가 지난 4월 7일부터 실시한 기름값 리터당 100원 인하가 시장판매가격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주유소들이 중간에 마진을 취한고 있다는 의혹이다.

주유소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급가격 인하방식을 택한 GS칼텍스 등 정유3사가 예상 공급가격보다 100원을 인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번 가격인하 기간을 틈타 주유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는 정부와 정유사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이 장기적 안목과 진정성 없이 진행돼 시장혼선만 일으키고 있다며 상생정신에 입각한 시급한 보완책을 요구했다.

김문식 경기도지회장으로부터 리터당 100원 인하가 반영되지 않는 이유와 정부의 허술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한 전망 등을 들어봤다.



-리터당 100원 인하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데 무엇이 문제인가.

▲정유4사는 매주 공장도가격을 발표하는데 SK에너지가 화요일로 가장 빠르고 나머지 정유사들이 뒤를 잇는다. 정유사들은 빠르면 2주에서 한달 간격으로 현물을 내놓는데 이때 가격이 공장도가격보다 리터당 80~100원가량 싸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이 물량을 대량 구매한다.

문제는 이 현물가격에 있다. 정유사들은 기름값 인하(4월 7일)가 시작된 이후 첫 현물거래인 지난 4월 15일에 리터당 118원을 인하했다. 기존에도 리터당 최대 100원을 인하하는데 여기에 고작 18원을 추가 인하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이 현물가격으로 리터당 100원을 인하했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들이 따졌더니 그 다음주에 130원까지 인하했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100원 인하 안 되는 이유와 소비자단체 조사에서 리터당 40원 인하된 것으로 나타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정유업계는 기름값 인하 발표 이후 한달 동안 1주를 제외하고 공급가격을 계속 올렸는데 배경에 의심이 간다. 국제제품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었고 환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내려가는 게 정상인데 계속 올랐다. 여기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정유사가 가격인하 발표 전 주유소에 물량 확보를 종용하는 문자통보를 했다는데.

▲기름값 인하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인 3월말 정유사들은 모든 주유소들에 향후 공급가격이 오를 예정이니 3주치 물량을 확보하라는 통보를 핸드폰 문자로 전달했다.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이 말을 믿고 가능한 자금력을 동원해 물량을 확보했다.

그런데 정유사들이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공급가격 100원 인하를 발표한 것이다. 완전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유사들의 물량 소진은 일본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정유시설이 파괴되자 일본 정유사들은 처리 못하는 물량을 한국에 헐값에 팔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재고물량을 주유소에 전가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맞다면 현재 정유사들이 시장에 내놓는 원유가격은 국제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주유소 가격표시판 규제완화는 무엇이 문제인가.

▲SK에너지가 가장 먼저 판매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나머지 3사가 뒤늦게 공급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하지만 SK가 관련시스템을 늦게 구축하면서 소비자들이 나머지 3사 주유소로 몰렸다. 이에 SK 주유소들이 본사에 항의했고, SK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 측에 가격표시판에 카드할인이 반영된 실판매가격을 게재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SK 요구를 받아들여 가격표시판에 실판매가격을 표기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는 이번 주(5월 1째주) 중으로 전국 모든 주유소에 통보될 예정이다.

문제는 실판매가격 표기이다. 주유소들은 주변업소와의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대 할인가능한 가격을 표기할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가격의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이를 실판매가격으로 오인하고 주유소를 이용할 것이다.

예전에도 이런 문제들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지난 1월 지경부는 가격표시판에 정상가격만 표기토록 관련제도를 개정했는데 불과 3달만에 원상복구한 것이다. 지경부는 이 문제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를 택한 건 ‘관’이 ‘민’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번 정유사 가격인하로 무폴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데.

▲무폴주유소는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장려하는 주유소타입인데 이번 가격인하 때문에 활성화에 제동이 걸렸다. 정유사들이 자사폴 주유소에만 공급가격을 인하하고 무폴에는 정상가격을 판매함으로써 무폴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지회장은 폴주유소를 운영하니까 개인적으로 유리하지 않나) 쉽게 생각하면 그러한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정유사폴 주유소들이 정유사 압박에 못이겨 나가는 탈출구가 무폴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압박이 이뤄지면 결국 주유소들은 정유사의 힘 앞에 꼼짝 못하게 되는 것이다.

5~6년전 이같은 논리로 석유수입사들이 모두 죽은 사례가 있다.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인하해 석유수입사의 판매망을 모두 차단한 것이다. 현재의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갑, 을’ 관계에선 주유소들이 버틸 힘이 없다.



-어떻게 개선되길 바라나.

▲정유사들은 상생정신에 입각해 실제적으로 공급가격을 100원 인하하고 주유소들도 100원을 인하함으로써 서민 물가안정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며, 열악한 주유소들의 수익개선을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명목상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은 1.5%이지만 기름값의 절반인 유류세 부분까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어 실제로는 3.7%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수수료율을 1%로 내리고, 화물복지 체크카드 수수료를 없애 주유소 수익 개선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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