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활발한 사회공헌을 기대하며
[기고]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활발한 사회공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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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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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지난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새크라멘토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멋진 변화는 요즘 같은 때 더욱 주목할 만하다. 가동 시작한 지 15년밖에 안 된 원자력 발전소를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조기에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킨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뛴다.

새크라멘토의 사례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크라멘토의 교훈을 되새기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더욱 기운을 내리라 기대한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 해리스버그에 있는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 노심이 부분적으로 공기 중에 노출되고 연료봉의 50%가 녹아 흘러내리는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

국제 원자력 사건 등급 체계에 의해 등급 5로 분류된 이 사고로 주민 10만 명이 대피했으며, 인근 지역의 유아사망률이 크게 증가하는 등 건강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후 미국 각지에선 원전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란초세코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란초세코 원전은 당초 예산보다 2배 가까운 건설비를 들여 운전을 개시했으나 고장으로 멈추기 일쑤였다. 1974년에 시운전을 개시해 1989년 폐쇄될 때까지 결함 등에 의한 정지 횟수가 100회 이상이었으며, 수리를 위해 사용된 금액도 1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게다가 란초세코 원전은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로부터 제어계통의 설계 결함이 있다는 지적받고 1985년 12월부터는 27개월간이나 운전을 정지하고 있었다. 설비 교체와 보수를 위해서는 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란초세코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좋은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89년 6월 6일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으나 원전 가동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53.4%로 더 많았다. 결국 란초세코 원전은 정지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주민투표는 주 헌법에 규정된 주민의 발의권에 의해 가능한 제도이다. 또한 원전을 운영하는 전력회사, 새크라멘토 공영 전력공사(SMUD: Sacramento Municipal Utility District)는 시민들이 출자한 시영 회사이며 시민들이 선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의사가 전력회사 경영에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란초세코 원전의 문을 닫는 대신 새크라멘토에는 3.9메가와트(MW)급의 태양광 발전단지가 세워졌다. 원전의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킬로와트시(kWh)당 1센트씩 전기요금을 더 내서 충당하기로 했다.

시민들 중 2만1000여 명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기요금을 매달 6달러씩 추가로 지불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행되는 녹색요금제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당시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태양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전기요금의 15%까지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응답자가 49%에 달했다고 한다.

120만명 인구의 새크라멘토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절반은 수력발전, 매립가스발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생산하고 있다. 정부의 기금에 녹색요금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조성해준 재원까지 더해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공공기관이나 주택의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민들이 시의 보조를 받아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잉여전력을 판매하는 프로그램도 시행되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집 옆에 나무를 심고 그늘을 이용해 가정의 냉방비용을 40%씩 줄이는 프로그램, 건물 지붕을 개선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열의 전이를 막아 냉방비의 20%를 절약하기 위한 ‘쿨 루프(cool roof)’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더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만든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를 쓰겠다는 자발적인 시민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교육의 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내 한 태양광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솔라 스쿨(Solar School)’이라는 사회공헌 사업은 미래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든든한 지지자를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 주목된다.

OCI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1년에 60개교씩 전국의 300개 초등학교에 태양광 발전기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기로 했다. 총 1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도서·벽지의 초등학교에 우선적으로 5kW급 용량을 갖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주고 생산된 전기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반가운 소식을 듣고 필자는 OCI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태양광발전기만 설치할 것이 아니라 전교생에게 에너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는 전국의 환경·여성·소비자·교사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에너지 교육에 앞장서온 만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OCI도 공감하며 교육 사업 지원 계획을 추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OCI는 태양광발전기 무상기부사업을 통해 연간 400여 대의 승용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더 뜻 깊은 것은 많은 어린이들이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효과도 클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길 기대한다. 밝은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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