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촛불 매커니즘과 그 위력-윤종호 한밭대학교 교수
<칼럼> 촛불 매커니즘과 그 위력-윤종호 한밭대학교 교수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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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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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의 인파가 촛불을 들고 모여 결국은 일국의 대통령으로 부터 두번씩이나 사과를 받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또한 몇 개월에 걸쳐 온나라의 뉴스거리를 독식하고 있다. 과연 촛불 하나의 위력은 어느 정도 일까. 물리적 측면에서 촛불의 위력이 궁금해 진다.

양초는 5000년 이상 인류의 진보과정에서 소중한 빛을 제공해오고 있다. 최초의 양초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갈대와 수지를 이용해 만든 것이라 하며, 현재의 형태와 같이 심지를 이용한 초는 로마시대부터 이다.

오랜 기간 인류의 등불이 되어오다 근세에 와서 카로젠 오일등이나 가스등 또는 초기의 백열전구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아마도 1880년대에 이르러 에디슨이 촛불 16개의 밝기에 해당하는 에디슨 전구를 개발한 이후부터 인류의 눈이 되는 역할에서 급속히 밀려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현재는 주로 장식용이나 비상용 불빛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높아 미국내 연간 양초 소비량이 20억불에 이를 정도이다.

광원의 밝기를 나타내는 척도인 광도(光度)의 단위 칸델라(candela)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이지만, 어릴적 부모님으로부터 자주 듣던 “30촉짜리 전구를 사오너라” 할 때의 촉은 아주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이때의 촉이 촉광을 나타내는 것으로 candlepower 즉 양초 1개의 밝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사실 칸델라라는 단어 자체도 수지(獸脂) 밀초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 1개의 밝기는 어느 정도 일까?

보통 어떤 광원의 밝기는 광원에서 방출하는 총 광자의 절대 개수로 이해하면 편리한데, 이때 이 개수의 단위를 루멘(lumen)으로 정의한다. 엄밀한 용어로는 광속(光束)이 맞지만 이해의 편의상 광자로 표현하자. 100와트 백열전구의 경우 약 1400루멘 개의 광자를 방출하는 반면, 100와트 일반 형광등의 경우는 7800루멘개를 생산하여 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다. 80와트의 에너지량에 해당하는 양초 1개에서 발생시키는 광자는 약 12루멘이라 하니 앞서 백열등 및 형광등의 밝기와 비교해 본다면 대략 그 크기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제 촛불 100만개의 밝기가 상상될 수 있을까 ?

한편 각종 집회에 촛불이 사용되게 된 효시는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미순, 효순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시작 동기가 어떠했던 간에 촛불이 민중집회에 결합된 것은 촛불의 작동 매커니즘과 연계시켜 볼 때 참으로 많은 점에서 절묘함을 느끼게 한다.

양초를 키기 위해서는 성냥 등을 통한 점화과정이 필요하다. 성냥의 열을 통해 양초의 일부가 녹고 소량의 연료가 기화한다. 기화된 연료는 대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촛불의 화염을 만든다. 이 화염에서 발생하는 열은 다시 양초를 녹일 정도로 충분하여 스스로 발화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즉 화염의 열을 통해 고체 연료 덩어리인 양초의 상단 부분이 액화되고, 심지를 통한 모세관 현상을 통해 액화 연료는 상부로 이동하여 기화를 통해 연소하여 화염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즉 양초가 지속적으로 타기 위해서는 각기 맡은바 역할이 원활히 수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배경으로 소수 주도 세력의 기폭을 통해 화염을 만들고 다수 대중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한 심지의 목소리로 그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과정이 많은 유사점을 보여준다.

또한 촛불의 화염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변 공기를 통한 산소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는 촛불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여론의 힘과 같은 것이다.

산소의 공급은 강제적 수단에 의해 왜곡되고 차단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촛불자체를 소화시켜 버릴 것이다. 촛불 주변의 바람은 일정강도 내에서는 화염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또한 화염의 변화 무쌍한 순간적 변신에 따라 촛불 그림자의 형태도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강한 바람이 세차게 몰아칠 경우는 화염의 크기 및 밝기가 급속히 감소하여 심지의 희미한 불빛만 남기도 한다. 이때 자칫 추가적 기화력이 없다면 결국 화염을 영영 잃고 말 것이다.

연료의 연소는 촛불 화염의 색갈에서도 명확히 구분되듯 몇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발생한다. 화염의 최하단부인 심지 끝 부분은 청색 영역으로, 연료에서 수소가 분리되어 연소되며 수증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화염의 가장 밝은 부위인 황색영역은 남아있는 탄소가 산화되어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영역이다. 이는 일부 선도적 주도세력의 에너지에 의해 화염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큰 불빛을 발생시키는 힘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에 의해 형성됨을 상징할 것이다.

양초가 녹아 연소됨에 따라 양초의 길이가 짧아지게 되며, 이때 심지의 노출 길이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액화연료를 기화시키지 못하는 심지영역은 자동적으로 화염속에서 타버리기 때문에 노출된 심지의 길이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며, 결국 연료 소비량 및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집회 스스로의 자제 조절 능력을 통해 수위를 균형있게 조절해야만 지속적인 성원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촛불을 잘못 취급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의 경우 촛불을 통한 화재건수가 매년 18,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작금의 촛불집회를 통한 찬반론자의 대립을 해방이후의 신탁 찬반의 대립과도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 역사에 있어 당쟁, 훈구와 사림, 좌익과 우익 등 숱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과다한 소비적 대립을 통해 그 균형의 한계 및 수위조절을 실패하고 국가적 낭패를 당한 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학습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점차 본래의 당위성을 상실하고, 무력 충돌에 따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일부 급진세력의 개입을 통한 촛불 화염 매커니즘의 절묘한 균형이 깨지고 있는 듯하다.

또한 북한의 총기사건, 유가의 급등 현상 등을 통한 강한 외부 바람을 통해 심지불만 타고 있는 상황처럼도 보인다.

자원이 풍부치 못한 한국인의 저력은 역시 끈기와 노력, 악착같음으로 표현된다. 촛불이 꺼져서는 않된다. 이제는 심지의 방향을 다른 차원으로 결집시켰으면 하는 마음이다.

1973년 1차 오일파동시 불과 2불 수준이던 유가가, 아니 3년 전인 2005년 까지만 하더라고 50불 수준이던 유가가 올해는 150불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일까 ?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친소 문제도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존망을 위협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 사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촛불의 화염을 통해 무엇을 밝혀야 할 것인지, 심지의 방향을 어느쪽으로 향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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