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대륙, 열정 없으면 光明도 없다”
“검은대륙, 열정 없으면 光明도 없다”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2.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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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꿈틀거리는 아프리카의 문을 두드려라 上
자원풍부·인프라 부족, 자원개발 패키지딜 각광
상생 진정성 가져야, 3년 이상 시장 파악 필요

#. 지난 1월 중순 민·관 경협사절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외교통상부의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는 에티오피아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김 대사에게 아프리카인들은 낙천적인 생각에 다소 게으른 사람들로 인식돼 있었다.

어느날 밤 12시쯤, 호텔 숙소로 가는 길에 둔탁한 중장비 소음이 들려오는 곳을 보니 도로 포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국내에선 흔한 광경이지만, 아프리카에서도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 대사는 “아! 검은 대륙이 변하고 있구나”라며 무릎을 쳤다.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정부가 미래 경제협력 파트너로 아프리카를 지목하고 집중적인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왜 하필 위험한 아프리카냐.”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 속에 있는 아프리카는 세계 최저 수준의 국민소득, 식량이 없어 아사자가 넘쳐나는 곳, 군부 독재자들의 낙원 등 그야말로 ‘버림받은 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2000년대 이전의 모습. 최근 10년간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이 대표적인 예고, 나이지리아 앙골라 민주콩고 등 원유수출국들은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분쟁이 감소하고 내전이 종결돼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는 국가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아프리카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대륙의 면적이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넓고, 인구도 10억명 이상이며, 무엇보다 미개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는 것. 또한 아직 서구 선진국들의 영향력도 잘 미치지 않았다.



◇최고 유망분야 ‘자원개발·인프라 건설’= 정부는 국내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로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꼽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는 잠정적 수치로 세계 원유매장량의 9%, 천연가스의 8%가 부존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유는 타 지역의 매장량 감소도 있지만 아직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확한 조사·탐사가 이뤄지지 않아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물자원도 현재 세계 8%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도 탐사·시추 기술과 이를 운반할 도로 항만 철도 등 수송 인프라 건설기술이 없어 개발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물꼬는 민주콩고에서 터질 것이다. 민주콩고의 경우 구리 코발트 등 지하자원이 많은데도 수송로와 항만이 없어 이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지정부의 요청으로 국내기업이 항구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내륙에 위치한 우간다, 에티오피아도 광물자원이 많지만 수출입항구가 없어 타 대륙으로 수출을 못하고 있으며, 해안을 끼고 있는 국가들 중 상당수도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자원은 많고 재원(財源)은 없는 아프리카. 이 특성에 맞는 최적의 진출 방안으로 ‘자원개발 인프라건설 동반진출(패키지딜)’이 꼽힌다. 패키지딜은 현지에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김 대사는 “자원개발 패키지딜의 성공사례가 나와야 추가 진출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물公·지자硏, 아프리카 직접 진출= 국내 자원개발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쉽사리 진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자원정보 부족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프리카 현지에 국내기업 투자센터를 개설하는 한편, 직접 자원을 탐사하는 광물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아프리카 중심에 위치한 민주콩고에 이미 두 개의 투자지원센터를 세우고 국내기업들에 투자자문역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민주콩고사무소를 신설, 구리벨트지역에 대한 본격 개발에 나섰으며, 아프리카지역 전담 탐사팀도 꾸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카메룬과 합동으로 현지에 광물연구소를 세울 예정이다. 연구소는 현지 자원탐사는 물론 현지 광업관계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카메룬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반면 현재 개발사업은 단 두 개 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다이아몬드광산 개발권을 얻은 국내기업 C&K마이닝.

연구소를 통해 현지에서 광물자원 탐사가 활발히 이뤄지면 국내기업의 추가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외교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 협력센터’를 오는 5월 중으로 구축 완료할 예정이다.

사이트에는 현지 공관에서 신속하게 전하는 정세는 물론 입찰동향과 자원정보 등이 담겨 기업들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정 없으면 발도 들이지 마라”= 김은석 에너지자원 대사는 지난 24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진행된 자원개발기업과의 만남에서 ‘진정성’과 ‘열정’을 성공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원개발이 아닌 경제발전”이라며 “현지에 직접 생산공장을 세워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도 이전해 줘 나중에는 그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중국의 사례를 꼭 실패라고 보진 않지만, 자국의 인력을 데려다 쓰고 수익을 환원하지 않으면 현지로부터 비난을 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며 “서로 상생하겠다는 진정성을 가진 기업만 아프리카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김 대사는 또 “열정이 없다면 아프리카에 발도 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몇 기업들을 보면 단기간의 시장조사만으로 결론을 내리는데, 적어도 3년 동안은 현지에 머물면서 시장을 파악하고 인맥도 쌓아야 성공할 수 있다”며 “적도기니에서 물사업으로 성공한 현대엔지니어링이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5년 적도기니의 몽고모 상수 프로젝트 수주를 시작으로 잇따라 상·하수 프로젝트를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truction) 형태로 따내 해외진출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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