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정유사, ‘가격인하 담합’으로 사랑 받길
<기자의눈> 정유사, ‘가격인하 담합’으로 사랑 받길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2.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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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가 일제히 등유가격을 리터당 50~60원 가량 내리기로 결정했다. 고유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다. 등유가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주 난방연료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정유사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국내 등유소비량이 12억리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 4사 합쳐서 수백 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런 정유사들의 가격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관련 인터넷 기사의 답글에는 “가격 인하폭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정작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휘발유 경유는 왜 안 내리냐” 등의 냉소적 내용이 적지 않다.

왜 정유사들은 좋은 일 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욕을 먹어야 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쌓아 온 부정적 이미지와 이번 가격인하 대책이 너무 수동적이었다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유업계는 항상 담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과거에 몇 차례 적발되기도 했고, 현재도 공정위와 소송 중인 건도 있다. 소비자들이 정유업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한 이번 등유가격 인하 시점은 정부의 정유사 압박이 한참 있은 뒤였다. 때문에 정유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억지로 가격을 내린 것이지 진정성을 갖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나 현 상황을 뒤집어 보면 지금이 정유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격언이 있듯, 지금이라도 과감히 기름값 인하 결정을 내려 소비자들의 고유가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유사들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많다.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동반자라는 이미지까지 심을 수 있다.

또한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다는 정부의 방침을 미뤄볼 때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정부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일정의 가격인하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인하 역시 일종의 담합이라서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격인하 움직임에까지 담합의 잣대를 들이댈 정도로 정부나 소비자들이 융통성이 없진 않다. 정유사들은 바로 이러한 수동적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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