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월 40만원 쓰고도
뜨거운 물은 구경도 못해요”
“난방비 월 40만원 쓰고도
뜨거운 물은 구경도 못해요”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2.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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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들의 겨울나기
높은 기름값 피해 연탄난로로 대체, 화상·가스중독 위험 노출
저소득계층에 에너지 바우처제도 도입, 고효율주택 지원 필요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 택시운전사인 김규석 씨는 아내, 딸과 함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김 씨의 월급은 100만원. 이 돈으로 생활비와 딸 용돈까지 줘야 하는데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깨진 독에 물 붓기 처럼 줄줄 새는 난방비 때문에 등골이 휠 지경이라고 한다.

김 씨가 한 달에 지출하는 난방비는 약 40만원 가량으로 기름값 30만원에 전기장판과 전기히터기 사용으로 부쩍 늘어난 전기료 5만원, 그리고 연탄값 5만원이다. 김 씨는 “기름값이 워낙 비싸 난방은 고사하고 보일러의 배관 동파를 막기 위해 하루에 한 시간밖에 돌리지 않는데도 기름값이 월 30만원씩 나온다”며 “연탄난로와 전기장판으로 추위는 대충 해결하겠는데 뜨거운 물을 쓸 수 없어 가족들이 아침저녁에 씻을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의 오래된 벽돌집은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데도 수리를 못한다. 마을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 씨 식구들은 백사마을을 떠나기 원치 않는다. 김 씨 부인은 “주민들이 형편은 어려워도 다들 인심이 좋아 마을을 떠나기 싫다”며 “솔직한 심정으로 재개발이 안되고 그냥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때문에 연탄난로 설치 못해… 전기료만 15만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명 ‘백사마을’ 주민들은 올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춥다. 대부분이 저소득계층인 주민들은 ‘생전 가장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지만 너무 오른 등유값 때문에 기름보일러는 엄두도 못내고 새로 설치한 연탄난로만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연탄난로는 연탄값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적게 들긴 하지만 기름보일러 보다 발열효과가 적고, 무엇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방 안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화상을 입을 우려도 크고, 가스 중독의 위험도 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 씨는 바로 이런 화상 우려 때문에 연탄난로를 설치하지 못하고 기름보일러와 전기장판만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김 씨는 “아이들 보육비만 해도 벅찬데,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드는 데다 전기세도 월 15만원이나 나온다. 지난달에는 기름값 아낀다고 보일러를 며칠 안 돌렸더니 파이프가 얼어 터져 고치는데만 30만원을 썼다”며 “없이 사는 사람이 참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소연했다.

백사마을에서는 칼바람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비닐로 꽁꽁 둘러매거나, 집의 안팎으로 스티로폼을 덧댄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김길자 할머니 집은 추위를 막기 위해 현관과 창 주변을 비닐시설로 덮고 다시 그 위에 스티로폼을 덧대 큰 단열 효과를 보고 있다.

김 할머니는 “70이 다된 할아버지가 그나마 기력이 남아 있어 비닐로 외풍을 막고 있다”며 “내년에도 날씨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소외계층 위한 바우처제 도입 필요”

강 추위에도 높은 연료비 때문에 난방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계층에게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늘어나는 에너지 소외계층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연탄이나 기름 등을 지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에너지 복지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에너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바우처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법과 상충하는 면이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고 재원마련처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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