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역전기사업, 극약처방 말로는 ‘단전’
<사설> 구역전기사업, 극약처방 말로는 ‘단전’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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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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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 사당동에 위치한 우성아파트 등 총 4개 단지 3654세대가 전기요금을 착실히 내고도 단전위기에 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들 주민들은 전력공급사업자인 (주)케너텍에게 꼬박꼬박 전기요금을 납부했으나, 이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3억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체납했다. 그러자 전력을 공급한 한전은 현행법에 의거 단전을 강행했고, 뒤늦게 정부가 중재에 나서 단전은 유보됐다.

구역전기사업제도가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제도는 지난 2004년 7월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 구역전기사업자가 공급구역 내 발전기를 설치, 직접 전력과 열을 생산·공급하는 분산전원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제도는 효율적인 에너지생산이란 취지와 달리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 고객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구역전기사업자는 구역 내 필요한 전력의 60%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전에서 1kWh당 82원에 구입, 120원에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콤한 열매에 혹한 사업자들이 대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8년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발전연료비가 폭등했다. 덩달아 사업자의 채산성도 급격히 악화됐고, 그 결과 15개에 달하는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자 정부는 극약처방으로 열 수요가 거의 없는 4월부터 9월까지 100% 한전에서 전력을 구입, 재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완화시켰다.

케너텍이 지난 2009년 9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청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권을 포기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극약처방. 이 회사는 올해만 5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반면 3654세대는 단전위기에 처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약이 아닌 독이 된 셈이다. 케너텍 사태에서 보듯 이 제도가 안정적인 전력공급 측면에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부도덕한 기업의 배를 불려주는 동안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음을 강구하지 말자. 이제라도 이 제도의 면밀한 진단을 통해 현명한 처방전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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