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걷기 열풍의 확산을 보며
<칼럼> 걷기 열풍의 확산을 보며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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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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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본부장 (한국에너지재단 사업운영본부)

우리나라에도 걷기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을 넘어 걷기 열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선선한 날씨,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 등 계절마저 야외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이다.

걷기 바람의 시작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그가 걸은 순례길을 따라 걷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타아고의 길이라는 뜻)’가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의 여행기가 국내에서 책으로, 방송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이후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한 언론인 출신 서명숙씨가 제주도 해안을 따라 이어지던 옛길을 2007년 복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걷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30만명이 다녀간 제주 올레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 올레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걷는 길을 만드는 일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물론 모든 지방자치단체로 번져가고 있다.

제주도 올레와 지리산 둘레길에서 비롯된 걷기 열풍은 전국으로 번지면서 자치단체마다 해안이나 강을 따라 걷거나 산기슭을 타고 도는 길을 내고 있어 구름길, 나들길, 여울길, 갈대길, 산소길, 매화길, 달맞이길 등 이름이 알려진 길만 100여 곳에 이른다. 지난 8월말 북한산 둘레길에 이어 최근에는 무등산을 한 바퀴 도는 무돌길이 열렸다.

북한산·도봉산·사패산을 잇는 70㎞ 가운데 북한산 둘레 13개 구간 44㎞를 먼저 개통한 북한산 둘레길의 경우,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찾는 인파가 가히 폭발적이어서 지난 9월 한 달 동안 무려  6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평일에는 2만명, 주말과 휴일에는 5만명이 다녀간다니 정말 엄청난 인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번지는 열기에 비해 자치단체의 준비는 늘 부족하기 십상이고 따라서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화장실과 벤치의 부족에 따른 탐방객의 불편은 물론 탐방로 인근지역의 주차난, 쓰레기, 소음 등 인근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 그에 따른 민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 열풍은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는 도시생활에서 큰 준비나 각오 없이도 마음만 먹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안정과 휴식을 겸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무조건 정상에 올라야 하는 그간의 우리 등산문화 때문에 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꼭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걸을 힘만 있으면 산에 갈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레저문화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레저로서의 걷기 열풍의 확산과 길 만들기에도 불구하고 걷기의 생활화는 아직도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대도시에서는 물론이고 농촌에서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걷는 것을 생활화하는 일은 여전히 매우 불편하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경우 이면도로의 경우 거의 예외가 없을 만큼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차와 사람이 뒤섞여 혼잡을 빚는 일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게다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노상 적치물과 각종 시설물, 도로변 상점들의 물품, 돌출 간판 등 보행자를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걷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는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가 2200여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6.4%를 차지했다.

마침내 정부도 보행권을 보장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차량 중심의 교통체계의 근본적인 전환과 집 앞이든 점포 앞이든 도로는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 것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확고히 자리 잡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보행권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 등 행정기관부터 민원을 무서워하지 말고 공공의 대의를 확립하려는 적극적이고 확고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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