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원전업계, 할 일 많은데 아직도 기득권싸움
<기자의눈> 원전업계, 할 일 많은데 아직도 기득권싸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0.09.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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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원전수출이란 대업을 달성한 후 추가 원전수출 기대에 후끈 달아올라 있다.

지난 2009년 UAE원전 수주 이후 우리나라는 원전수출국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그러면서 터키원전과 최근엔 아르헨티나 등 원전을 도입하거나 신규 원전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원전 도입 30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러나 UAE원전 수주 이후 우리나라 원전업계 분위기는 겉으로 보는 것과 사뭇 다르다. 원전종사자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고 개인적으로도 영광임을 여기고 있지만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좀 서운한 눈치다.

이유인즉 우리나라 원전기술개발과 원전산업을 키운 주인공은 바로 원전업계에 종사하는 연구자나 기술자, 근로자인데 엉뚱하게 공이 한전으로 넘어간 것처럼 언론지상에 비춰지고 있다. 원전종사자들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전리품은 한전에서 챙긴 형국이다.

지난 16일 원전분야 미자립 핵심기술 중 하나인 MMIS(계측제어시스템)가 9년 만에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준비해 온 인사말을 뒤로하고 원전기술개발을 이룩한 원전종사자들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몇 번이고 강조했다. 평소 김 사장은 냉철하면서도 사리분별이 정확한 CEO로 평가받아왔으나 이 같은 모습에 참석자들이 깜짝 놀란 눈치다.

원전업계 말을 종합해보면 같은 시각, 훌리오 데비도 아르헨티나 기획부 장관이 방한해 원전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데비도 장관과 한전과 한수원 경영진과 만나기로 했으나 한수원 사장이 참여하지 않은 것. 무슨 이유인지 다음날 신고리원전 건설현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원전을 운영하고 건설하는 수장이 배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할테니 넌 빠져있어’란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타의든 자의든 국가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원전수출이란 대업에 가려진 기득권 싸움, 우리나라 원전산업 현실로 비춰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치열하겠지만 하나는 잊지 말자.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과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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