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자력 르네상스를 이끌 소형 원자로 개발
<칼럼> 원자력 르네상스를 이끌 소형 원자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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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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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철 교수(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원자력학회 겨울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학회부터 새롭게 선을 보인 세션의 시작 십여 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앉을 자리가 없어 학회장 뒤편에 서서 자리를 잡는 이도 있었다. 세션의 제목은 ‘소형 원자로(Small Reactor - Projects and Economics)’였다.

최근 들어 미국,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 및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소형 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학회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 나갔다.

일반적인 연구 논문 발표가 아니라 최근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의 CEO 및 개발담당자와 U.S.NRC(United State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담당자가 패널로 참석해 향후 소형 원자로 개발 방향과 경제성 향상 방법 등을 제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場)이었다.

앞서 말한 학회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세계 각국에서 소형 원자로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형 원자로는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용량을 가지는 원자로다.

소형 원자로는 기존의 대규모 원자로와는 달리 지역 전력 수요 및 원거리(도서 산간 지역) 등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며, 모듈(module)화된 구조를 가져 공장 내에서 조립, 부지로 운송해 건설비용 등이 적게 든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경제적 위험도가 낮아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원격 지역이나 전원망 접속이 어려운 공업 광산 군사 지역에 적합하다.

또한 소규모 전력 생산, 지역 난방, 산업으로의 열 공급과 해수담수화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선박용 원자로 및 우주선 원자로 등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최근 발간된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까지 건설 계획 중인 54기의 신규 원전 가운데 19기가 소형 원자로로 예상된다.

일본 전력중앙연구소는 오는 2050년까지 약 400~850기,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최대 1000기의 소형 원자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다목적 소형 원자로 시장이 오는 2050년까지 해수담수화용 1000억달러, 소규모 전력 생산용 2500억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며, 관련 시장의 2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60여개 국가가 원자력의 도입을 희망하나, 대규모 원전 시설 도입에 있어 발전, 송전 시설의 용량 제한 및 시설 미비 등의 경제적, 물리적 제약으로 소형 원자로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물부족 현상이 심한 인도네시아와 리비아, 인구 밀도와 전력 수요가 그리 많지 않는 카자흐스탄, 칠레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하여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 원자로는 대형 상용 원전의 1/10 수준의 330MW 열 출력을 갖는 전력 생산 및 해수담수화용 원자로로서 스마트 원자로 1기로 인구 10만 도시에 하루 4만톤의 물과 90M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2012년 인허가를 목표로 ‘SMART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소형 원자로 설계에 부합하는 안전규제 지침 수립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한 학계에서도 다목적 지역에너지 시스템에 적합한 소형 원자로(REX-10) 기초 기술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최근 세계적인 원자력 에너지의 연구 로드맵으로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핵연료 주기 개선, 핵확산 방지와 더불어 다목적 소형 원자로의 개발과 수소 생산 원자로의 개발을 제시했다.

소형 원자로의 개발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핵비확산 보장, 피동형 안전개념, 우라늄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간소하고 신뢰성 있는 설비 운용 등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소형 원자로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력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해야 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단계는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 인가를 위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시점이며 또한 자율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경제성 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사업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UAE에 원전플랜트,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소형 원자로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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