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진출길 열렸지만 수익만 좇아선 안돼
[인터뷰]-공봉성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소장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지난달 26일 한-볼리비아 정상회담에서 리튬산업화 양해각서(MOU)가 체결됨에 따라 우유니 리튬개발 사업자로 국내 컨소시엄이 선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볼리비아 정부의 마음을 흔든 건 국내 연구진이 제출한 탄산리튬 제조기술. 볼리비아 측은 국내 기술개발사업단이 제시한 총 4가지의 기술이 경쟁국인 일본, 프랑스보다 매우 우수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국산 기술의 강점과 향후 볼리비아 리튬개발 사업의 진행과정을 공봉성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소장에게 들었다. 그는 이번 기술개발 연구를 주도했다.
-볼리비아에 제시한 탄산리튬 제조기술은 어떤 점이 우수한가.
이후 매월마다 성과를 체크하며 지난달까지 개발을 완료해 볼리비아에 KB 1, 2, 3, 3+ 등 총 4가지 안을 제시했다.(KB는 코리아와 볼리비아의 영문 앞 글자)
KB1은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선 1~3년이 걸리는 자연증발이 필요한데 이것을 강제증발 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증발시간은 단 하루면 가능하며, 회수율도 기존 30%에서 85% 이상으로 높아진다.
KB2는 지자연이 연구하고 있는 해수 리튬추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먼저 소금물에서 마그네슘을 뽑아낸 뒤 해수에 적용하는 흡착제로 리튬을 추출하는 것이다. 비용이 적게 들며 복잡한 공정 없이도 가능하다.
KB3는 증발과 불순물 제거작업 없이 소금물에서 바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로, 회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용 탄산리튬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순도 99.5%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99.99% 이상을 자랑한다.
KB3+는 리튬을 배터리로 만들기 위해선 탄산리튬을 거쳐 양극제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탄산리튬 제조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리튬을 양극제로 만드는 것이다.
4가지 기술들은 랩테스트 수준이며, 우유니 염수에 대한 경제성평가 작업이 아직 남아 있다.
-볼리비아는 MOU에 일반적 의미 이상을 부여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MOU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모랄레스 대통령도 그렇고 볼리비아의 국민성이 참 순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사업자가 아니라 파트너다.
그런 점에서 이번 MOU는 리튬개발을 넘어 향후 양국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아주 큰 시발점이 될 것이다. 볼리비아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중국이 중남미나 아프리카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이유가 바로 단기적 성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MOU 체결로 민간기업이 볼리비아에 진출하는 문이 열렸다. 민간기업들은 수익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 협력한다는 지혜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유니 리튬광산에 있는 파일럿 플랜트에 광물공사 연구진을 파견키로 했는데 언제쯤 가나.
염호는 크기가 경기도 면적 만해 플랜트가 몇 개 지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플랜트 건설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기술에 적합한 플랜트도 건설할 수 있다.
-양국은 리튬소재산업화 공동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는데 역할은.
▲볼리비아는 리튬을 산업화 원료인 탄산리튬으로 만드는 것을 기본적 목표로 잡고 있으며, 나아가 이것을 바탕으로 배터리 등 실질적인 산업이 구축되기를 원하고 있다. 위원회는 산업화 단계까지 서로 협의하자는 것이다.
-볼리비아는 대표적 자원민족주의 국가다. 나중에 국내 컨소시엄 지분을 뺏길 가능성은 없나.
▲볼리비아가 자원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300~4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배 하에서 심각한 자원수탈과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생긴 것이다.
독립 이후 볼리비아는 자원은 무조건 국가소유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우리는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파트너십’이다.
말 그대로 어느 한쪽만 이익을 챙기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하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인디오 원주민 출신인 모랄레스는 가난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이번 리튬개발로 인디오들의 빈곤을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같은 역사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들을 이해하고 강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본다.